세계교회

교황, 외교사절에 연례 연설 "어떠한 위협도 용기 있게 맞서 나아가길"

입력일 2020-01-14 수정일 2020-01-15 발행일 2020-01-19 제 3179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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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 긴장고조 우려
대화의 불꽃 살려내길 호소

【바티칸 CNS】 프란치스코 교황은 폭력으로 상처받은 인류가 이제 전쟁의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인류에게 현재 필요한 것은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1월 9일 교황청 주재 외교사절들을 만나 연례 연설을 했다. 이날 신년교례식에서 교황은 긴장이 높아지고 폭력이 증가하는 가운데 “새해에는 희망적인 표지가 없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하지만 교황은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과제를 인식하고 그 과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희망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우리는 절대 희망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면서 “희망에는 용기가 필요하며 제아무리 복잡한 문제라도 용기 있게 대면한다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교황은 그 무엇보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고조를 우려했다. 교황은 “이는 이라크의 재건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이자 모두가 원치 않는 더 큰 분쟁의 바닥을 다지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따라서 모든 이해 당사자들은 분쟁이 고조되는 것을 막고 국제법을 존중하여 대화의 불꽃을 살려나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 연설에서 교황은 지난해 이뤄졌던 자신의 해외 사목방문과 함께 크고 작은 사건 및 이슈를 되돌아봤다.

교황은 작년 1월 세계청년대회가 열린 파나마 방문을 언급하며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찬 젊은이들에게 기쁨이 고조됐지만, 2월에 열린 성직자 성추문 관련 세계 주교회의 의장 회의는 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강탈될 수 있는지 보여줬다고 한탄했다. 교황은 성직자 및 평신도가 저지르는 성추행은 “하느님을 욕되게 하고 희생자들에게 육체적, 심리적, 영적 피해를 입히고 전체 공동체를 해치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남아메리카의 정치적 위기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특히 베네수엘라의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기를 바랐다. 그는 “양극화는 특히 가장 가난하고 가장 취약한 시민들의 당면한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교황은 중동, 특히 시리아와 레바논의 분쟁을 우려하면서, “긴장이 고조되면 그러지 않아도 취약한 중동의 안정이 더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격렬한 폭력으로 착취와 인신매매의 온상이 되고 있는 예멘과 리비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무관심을 비난했다.

교황은 “수많은 난민이 육지와 무엇보다 바다에서 목숨을 건 여행을 계속하는 가운데 지중해가 거대한 공동묘지로 변해가는 것을 고통스럽게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난민의 정착을 위해 짐을 나누려는 많은 국가의 노력에서 교회는 희망을 본다”고 덧붙였다.

2019년 마지막 방문국인 일본을 떠올린 교황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다시 한 번 요청하고, “참된 평화는 인류를 멸망으로 이끄는 위협 위에 세워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