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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다 / 김우정 신부

김우정 신부,(제1대리구 병점본당 주임)
입력일 2020-01-14 수정일 2020-01-14 발행일 2020-01-19 제 3179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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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책에서 남아메리카의 한 교회의 모습에 대한 설명을 읽고 무척 새로운 감흥을 느낀 적이 있다. 그것은 어느 공동체가 모이는 성당이 한곳에 지어져 있지 않고, “오늘 우리 성당은 OO씨네 집에서 모입니다”라는 답변 때문이었다.

거기에서 떠오른 것은 이스라엘 곳곳을 걸어 다니시며 당신의 양 떼를 돌보셨던 예수님의 모습이었다. 그분은 끊임없이 당신의 백성을 찾아다니신 분이셨고, 그래서 당신은 머리를 둘 곳도 없다고 하신 것이 아니었을까.

그 이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나, 교회의 많은 새로운 건물들의 신축을 보곤 했다. 그 가운데는 필요한 건물들도 있었지만, 반대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건물들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면서 홀로 질문하곤 했다. 교회는 건물일까, 사람일까.

여기에 대한 답변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자명하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건물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건물이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이지, 사람이 건물을 위해서 있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 아닐까.

오늘날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일이 있다. 그것도 건물과 사람의 관계와 같다고 본다. 건물이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처럼 교회의 일들도 하느님의 백성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의미에서 시작되어야 하는데, 그걸 하면 의미가 생기고 사람들이 모인다는 발상은 어찌 보면 무척 구시대적인 것이 아닐까.

사람을 위해 일이 존재해야지 일이 사람 위에 있으면 거기에 속한 사람들은 각각의 인격체가 아니라 하나의 소모품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교회의 모습, 어떤 기능을 다 함으로써 그러니 이제 할 만큼 했잖은가, 하며 만족하는 모습에 머무르려는 유혹을 우리는 끊임없이 경계해야 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교회가 사람들 가운데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그것은 기능을 수행하고 만족하라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 한가운데서 그들과 함께 살라는 의미다.

교회가 가진 은총과 위로와 치유의 힘은 주께서 그렇게 자신을 내어주셨던 성체성사의 정신에서 나오는 것임은 이미 수많은 경우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그래서 일을 하기에 앞서 늘 분별을 청한다. 지금 하는 일은 사람을 위한 것인지, 일을 통해 무언가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려 하는 것인지. 교회도 사목도 결국은 ‘사람’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잊히면 사목도 교회도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김우정 신부,(제1대리구 병점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