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개관 20주년 맞은 갤러리1898 담당 정웅모 신부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20-01-07 수정일 2020-01-08 발행일 2020-01-12 제 3178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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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시대’ 요청에 응답하는 교회로서 가톨릭미술관·박물관 설립될 수 있었으면”
평화화랑으로 문 열어 3개 전시실로 공간 확대
화랑의 대관기능만 아닌 기획·초대·상설전 있어야

갤러리1898 담당 정웅모 신부는 지난해 12월 31일 “앞으로 제2, 제3의 갤러리1898이 나오고 이를 토대로 가톨릭미술관과 박물관이 설립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20년 전 평화화랑으로 시작한 갤러리1898이 어느덧 개관 20주년을 맞았습니다. 우선 이런 갤러리를 만들어 준 서울대교구에 감사를 드리고, 또 전시에 참여한 많은 작가분들에게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동안 이곳을 찾아주신 관람객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명동 갤러리1898 담당 정웅모 신부는 개관 20주년 기념전을 여는 소감을 감사라는 한 단어로 압축해 전했다.

정 신부는 갤러리1898의 전신인 평화화랑 설립과 작명에 얽힌 추억도 함께 공개했다.

“2000년 당시 대희년과 새로운 천 년을 맞이해서 교구 안에 전문 화랑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죠. 전문 화랑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은 새 천 년을 맞으면서 문화를 통한 복음 선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 평화화랑은 명동 가톨릭회관 안쪽에 작은 전시실 하나로 문을 열게 됐다.

“화랑 이름을 짓기 위해 여러 사람들에게 어떤 이름이 좋겠냐고 의견을 물었죠. 그런데 별로 신통한 이름이 나오지 않아서 제가 평화화랑이라는 이름을 정했습니다. 문화예술품을 통해 우리 교회와 사회가 좀 더 평화로운 모습으로 변화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은 것이었죠.”

그동안 갤러리1898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2015년 지금의 1898광장으로 공간을 옮기면서 갤러리 이름이 바뀌었고, 전시실도 3개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갤러리1898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계획을 가지고 있다.

“갤러리1898이 단순히 대관 차원에만 머무르면 설립 목적의 한 부분만을 완수하는 것입니다. 이 화랑에서 좋은 기획전·초대전·상설전이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공간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앞으로 제2, 제3의 갤러리1898이 나와서 그런 곳에는 시간을 충분히 둔 상설전이나 기획전을 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정 신부의 설명이다.

한편 갤러리1898은 지난 20년 동안 모은 작품 500점 정도를 소장하고 있는데, 이 작품들을 서울대교구청, 특수사목 사제관, 가톨릭회관 등에 거는 ‘찾아가는 미술관’ 같은 역할도 하고 있다.

“앞으로 갤러리1898이 토대가 돼 가톨릭미술관, 나아가서는 가톨릭박물관, 한국종교박물관이 설립돼 신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발전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한 사람이 꾸는 꿈은 그저 꿈으로 그치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꾸는 꿈은 실현될 수 있습니다. 문화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런 의식에 공감하고 뜻을 모으면 실현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끝으로 정 신부는 “흔히 오늘날을 문화의 시대라고 이야기하는데, 지금의 문화는 먹어도 되고 안 먹어도 되는 간식이 아니라 누구나 필요로 하는 주식”이라며 “우리 교회나 교구도 이런 시대의 흐름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