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우리 이웃 이야기] 친환경 삶 실천하는 이희순씨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9-12-30 수정일 2019-12-31 발행일 2020-01-05 제 3177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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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지키려면 작은 불편들 감수해야”
장바구니·텀블러 등 늘 휴대
환경 관련 책 읽고 강의도 참석
개인 실천이 환경보호에 중요

개인 텀블러와 휴대용 물컵을 항상 지니고 다니는 이희순씨는 “일상에서의 환경보호 실천을 위해서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마음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희순(헬레나·59·제2대리구 과천본당)씨 가방에는 늘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것들이 있다. 손수건과 시장바구니, 텀블러, 휴대용 물잔 등이다. 그래서 가방은 늘 큼지막하다.

“텀블러나 물잔을 가지고 다는 것 자체가 화살기도라고 생각합니다. 그 휴대용 물잔 하나가 지구를 생각하고 환경을 염려하는 기도 지향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삶 안에서의 환경보호 실천은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마음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봅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생태환경 보호를 위해 일상에서의 실천적인 삶이 더욱더 중요하게 부각되는 가운데 ‘행동’으로 보여주는 이씨의 모습은 하나의 사례로 다가온다.

흰머리 단발 스타일이 눈에 띄었다. 흔한 머리 염색을 하지 않은 탓이다. 염색과 파마를 하지 않고 세숫비누로 머리를 감으며 식초로 헹군다. 거의 20년 전부터 지녀온 습관이라고 했다. 이런 모습에 본당에서는 ‘무공해 아줌마’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염색을 중단한 것은 2002년경 방송에서 파마·염색약이 정수를 거쳐도 분해되지 않고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는 내용을 마주한 게 계기였다. 이후 이씨의 관심은 환경 문제 전반으로 번져갔다. 환경 관련 책을 추천받아 읽고 강의를 찾아다녔다. 지금도 교구 생태환경위원회의 환경 관련 행사나 강의에는 가능한 참여한다. 여건이 되는 한 동참하는 것 자체가 ‘기도’라는 생각에서다.

그 과정에서 일회용 컵 안 쓰기 등 집과 본당, 일상에서의 생활은 점점 환경보호 실천을 위한 방향으로 변화돼 갔다. 부분 조명을 쓰고, 세탁물이 모여졌을 때 세탁기를 돌리고, 세제의 양도 가능하면 최소한으로 줄이고, 설거지도 받아놓은 물로 쓰는 것이 일상화됐다. 옷을 살 때도 한 번 더 생각하거나 지인들끼리 나눠 입고 바꿔 입는 패턴이 자리 잡았다. 무엇이든 어떻게 하면 그냥 버리지 않고 재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

시장에서 물건 살 때 담아주는 검은 비닐봉지도 늘 되가져가다 보니, 상인들도 반긴다. “이런 사람은 처음 본다”며 사과 등을 하나씩 덤으로 주는 모습에서 이씨는 ‘응원 받는’ 뿌듯함을 느끼곤 한다.

삶이 지속하면서 먹는 것과 입는 것, 소유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나’ 중심에서 세상 중심으로 시선이 옮겨졌다.

이씨는 ‘풀뿌리’ 생태환경 보호 실천을 역설했다.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환경운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상에서의 환경보호 실천을 위해서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마음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외출할 때 플러그를 뽑는다거나 샴푸 쓰는 것을 자제한다거나,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해 나갈 때, 정책을 바꾸고 보다 나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동력으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