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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간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 봉사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받은 유재문씨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19-12-24 수정일 2019-12-24 발행일 2020-01-01 제 3176호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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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마지막 순간에 친구가 돼줄 수 있어 감사합니다”

19년간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에서 봉사자로 활동해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은 유재문씨.

“호스피스 봉사는 주님께서 제게 주신 큰 은총입니다. 별것 아닌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알게 됐고, 누군가의 삶의 마지막에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합니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병원장 홍승모 몬시뇰)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에서 19년간 봉사자로 활동해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은 유재문(아가타·59·인천 갈산동본당)씨는 봉사는 ‘힘듦’이 아닌 ‘축복’이라고 강조한다.

“삶이 편안하고 받은 게 많아 나누고 싶다는 생각으로 봉사를 시작했는데 어느덧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유씨가 호스피스 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장애아동시설에 기저귀 빨래 봉사를 다녔던 유씨는 시설이 멀리 이사를 가게 되면서 다른 봉사를 찾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다 마침 주보에 난 호스피스 교육 안내를 보게 됐다. “교육을 받으면서 호스피스 봉사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못할 것 같았지만 실습까지만 해 보자는 생각이었죠.”

병실 문을 들어설 때마다 쭈뼛거렸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환자들이 자신의 사후 정리까지 맡길 정도로 든든한 봉사자가 됐다. 유씨는 인천성모병원 최장기 호스피스 봉사자로 활동하며 2015~2016년에는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회장을 맡기도 했다.

호스피스 봉사자의 역할은 다양하다. 신체적 돌봄은 물론이고 정서적·사회적·영적 돌봄도 한다. 또한 환자의 사후에도 조문과 기도를 하고 사별가족모임에도 참여한다. 특히 신체적 돌봄을 받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어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하고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호스피스 병동을 ‘죽으러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히려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시간들을 잘 보낼 수 있도록 아름다운 마무리가 이뤄지는 곳이지요.”

실제로도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와서 통증 조절이 되면서 컨디션이 좋아지고, 세례를 받고 가족과 화해를 하는 등 마지막 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환자들이 많다.

장관 표창을 받은 사실을 남편에게만 살짝 귀띔하고 자녀들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는 유씨는 늘 ‘하느님, 저 한 발씩만 끌어주세요’라는 기도를 드린다.

“호스피스 봉사를 하면서 내 삶을 돌아보게 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봉사자 정년을 넘어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호스피스 봉사를 계속할 생각입니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