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천안 목천본당 중고등부, 위로 필요한 청소년, 직접 책 쓰고 북콘서트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9-12-23 수정일 2019-12-26 발행일 2020-01-01 제 3176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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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봉사 기금 마련하다
그들 생각 모은 「쉼표」 출간
윤영중 주임 신부와 선교사
학생 이름 가사된 노래 선물

대전교구 천안 목천본당 중고등부 학생들이 12월 20일 충남 천안 가톨릭 천안청소년센터 ‘하품’에서 마련한 북콘서트 중 본당 주임 윤영중 신부와 선교사들이 특별공연을 하고 있다.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충고나 조언을 바란 게 아니야. 위로를 받고 싶어서야. 그냥 수고했다고, 괜찮다고 말해주면 안 되는 거야?”(‘엄마와의 대화’, 김지윤)

“사춘기… 어른들은 반항의 시기라고 말하지만 우리들에겐 충분히 마음이 아플 시기.”(‘사춘기’, 배채윤)

“작은 불행보다 우리에게 오는 행복이 항상 더 크다는 것을 기억하세요.”(‘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한 기억들이 있습니다’, 오수현)

투박하고 서툴지만 우리 아이들이 온 몸으로 느꼈던 마음 속 이야기들이 풀어져 나왔다. 대전교구 천안 목천본당(주임 윤영중 신부) 중고등부(회장 배채윤) 학생들이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8시 가톨릭 천안청소년센터 ‘하품’에서 자신들이 펴낸 책 「쉼표」를 들고 북콘서트를 열었다.

1월 중 태국으로 선교 봉사를 하러 가기로 결정한 학생들은 필요한 기금을 모으기 위해서 온갖 생각을 다 하다가 책을 만들었다. 평소에 마음속에 품고 있던 생각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어 ‘쉼표’라는 제목을 붙였다.

처음에는 책만 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책을 내어보니, 아이들의 마음이 너무나 잘 드러나고 표현이 잘 돼 있었다. 이 마음들을 어른들을 포함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려고 북콘서트를 마련했다. 지난 10월 성당에서 첫 북콘서트를 마련한 뒤 두 번째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책에 담은 글들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글을 청중들에게 낭독하고, 자신의 생각과 체험을 함께 나눴다. 중간 중간 악기 연주와 노래가 곁들여졌다. 본당 주임 윤영중 신부를 비롯한 선교사들이 특별출연 했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담아, 한 명 한 명 모든 아이들의 이름이 가사가 된 노래를 들려 줬다.

「쉼표」 속에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아픔들이 꽤 드러났다. 그들에게 지금의 시기는 ‘아프고도 쓰라린 청춘의 시간’이고, “어른이 되면 오늘이 그리워질까?”라고 자문해야 하는, 우울하고 힘든 시간들로 다가온 듯하다. 그래서 어린 나이에 우울증이 찾아와 학교를 그만두기도 했다. 산타 할아버지에게 “고통의 시간이 모두 지나갔기를” 빌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전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보낼 것”을 다짐하기도 한다. 어렵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있더라도 “네가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그러니 도전해 봐. 한 번 던져 봐”라고 격려한다. 친구의 말을 들어주면서 “너 많이 힘들었구나”라며 하염없이 함께 울어줄 줄도 안다.

윤 신부는 “요즘 아이들이 아무 생각도 의지도 없다고 생각한다면 오해”라고 말했다. 윤 신부는 또 “얼핏 조금은 서툴고 어설퍼 보이지만, 아이들은 어른들 예상보다 훨씬 깊고 지혜로운 생각과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생각하고 마련하고 진행하는 책 만들기와 북콘서트, 태국 봉사활동을 거치면서 아이들은 한층 더 성숙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커가는 아이들은 내일 더 밝은 교회와 사회의 미래를 열어줄 것이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