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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전환을 위한 새로운 선택 / 양기석 신부

양기석 신부rn(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입력일 2019-12-23 수정일 2019-12-24 발행일 2020-01-01 제 3176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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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는 현 인류는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도 위험천만한 여러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로 우리는 방사능 사고의 위험이 상존하는 핵발전소는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바벨탑임을 확인했습니다. 시커먼 미세먼지투성이의 세상이 되었건만,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전기소비를 통한 풍요롭고 안락한 삶을 포기 못 해 핵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생활용수, 식수가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되고, 수많은 바다 생명체들이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으로 인해 종의 존속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에너지 과다 소비 형태의 삶은 지구온난화와 기후 위기를 불러왔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경제성장이라는 우상숭배에 빠져 숲은 사라지고 가난한 이들이 배척받아,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땅을 지배하고, 만물을 다스리라’는 창세기 말씀을 곡해한 인간의 어리석은 오만의 결과물입니다. 지구생태계의 곳곳에서 보여주는 위험지수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고 있는데, 여전히 과학이 이 문제를 해결하거나, 통제해 줄 것이라는 환상에 기대고 있는 형국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우리는 하느님이 아닙니다’(「찬미받으소서」 67항)라고 일깨워 주시며, 현 인류의 어리석음을 경계하십니다. 우리가 사회 구조 안에서 겪고 있는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우리는 이제까지와 다른 새로운 생활양식을 선택해야 합니다.(「찬미받으소서」 202-204항 참조)

한국인은 연간 1인당 400장의 비닐을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매일 1개 이상의 비닐을 소비하며, 일회용 제품이 없으면 살 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핀란드는 연간 1인당 4장의 비닐을 소비한다고 합니다. 충분히 지금과는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우리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소비문화를 도덕적인 행위로 바꾼다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 하십니다. 생태계에 문제를 일으키는 재료로 만든 제품들, 생산 과정에서 어린이, 여성, 노동자들, 특정 인종을 차별하고 착취하는 기업의 제품이나 사회적으로 부도덕한 행위에 찬동하는 기업인이나 기업의 제품을 거부하는 불매운동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십니다.

무엇보다도 과도한 소비 습관을 지양하는 삶의 방식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소비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각성과 함께 경제성장률 중심의 정부 정책이 생명 중심의 정책으로 바뀐다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찬미받으소서」 206항) 인류가 직면한 생태계의 위기에 맞서 사회, 경제, 정치, 생태계 전반에 걸친 획기적인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입니다.

양기석 신부rn(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