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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첫걸음 / 이선이

이선이rn(매임데레사·제1대리구 율전동본당)
입력일 2019-12-23 수정일 2019-12-24 발행일 2020-01-01 제 3176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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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저는 가끔 그 첫걸음을 생각하곤 합니다.

사회복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로 이뤄졌습니다. 가까운 지인의 손에 이끌려 교구 장애인선교회 시각장애인과 지적장애인들을 위해 한 달에 한두 번 봉사를 하러 가면서 장애인들에 대한 이전과 다른 시선을 느끼게 되었던 것입니다.

매월 첫째 주일에는 시각장애인들과 문화 체험을 했고, 넷째 주일에는 지적장애인들과 볼링장도 가고 공원 산책도 다니면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소외된 이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도 컸습니다.

처음 시각장애인 분들과 외부 활동으로 수목원에 간다고 했을 때, 의아스러웠습니다. ‘앞이 안 보이시는데, 외부 활동을 어떻게 하실까’라는 걱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큰 오산이었습니다. 꽃, 나무 하나하나를 만져보고 향도 맡으며 눈으로 보고 있는 저보다 묘사를 더 아름답게 표현하셨을 때 저의 ‘편견’이 부끄러웠습니다.

함께 태백산 등반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나 앞서 잘 올라가시는지. ‘정말 앞이 안 보이시는 게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오히려 안내해야 할 제가 부축을 받는 민폐를 끼쳐 얼마나 민망했는지 모릅니다.

그분들은 “하느님은 하나가 부족하면 다른 하나를 채워주신다”하시며 “앞이 안 보이는 대신 손과 발 그리고 코와 귀로 느끼는 감각을 주셨다” 하셨습니다. 감동이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부족함에 불평하지 말고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만들었습니다.

지적장애인들은 일곱 살 정도의 어린아이와 같은 생각으로 자기들만의 세상에 살고 있는 순수한 친구들입니다. 외부 활동을 하다 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어디로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에 방심할 수도, 눈을 뗄 수도 없습니다. 처음에는 손조차 잡지 않으려 냉정하게 대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몇 주 시간이 흐른 뒤, 자기들 세계로 초대하는 듯 먼저 다가와 말없이 안아 주었을 때 코끝이 찡했던 느낌은 지금까지 잊을 수 없습니다.

어느 해 우리 가족은 여름휴가를 포기하고 이들의 캠프에 봉사자로 합류했습니다. 장애인과 일대일 짝이 되어 2박 3일 동안 지냈던 시간은 우리 아이들 역시 또래 장애인과 친구가 되는 계기였습니다.

이후 큰 아이는 저와 봉사를 계속하며 함께 사회복지사의 길을 걷습니다. 늘 되뇌어 보는 감사함입니다.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이선이rn(매임데레사·제1대리구 율전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