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소박하고 정겨운 이슬촌 성탄 축제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9-12-17 수정일 2019-12-18 발행일 2019-12-25 제 3175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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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시작해 지난해부터 마을 축제로
24일 다채로운 공연과 도예·서예전 열려

2007년 처음 시작된 이슬촌 성탄 축제는 2016년까지 대규모 축제로 열렸지만, 마을 주민 대부분이 연로해지면서 지난해부터는 소박한 공동체 축제로 지내고 있다. 사진은 마을 주민들이 산타 복장을 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전남 나주 이슬촌 제공

산타 클로스는 핀란드에 산다. 산타는 핀란드에 살고 있다지만 산타마을은 한국에도 있다. 경북 봉화 분천역 산타마을도 있고, 청도 프로방스 산타마을도 있다. 규모도 작고, 이제는 큰 행사도 없지만, 전남 나주 이슬촌에도 산타마을이 있다.

올해 성탄 축제는 지난해에 이어 소박한 공동체 축제로 치러진다. 2007년 처음 시작된 이슬촌 성탄 축제는 2016년까지는 전국 각지에서 수천 명이 몰려오는 대규모 축제였다. 주님 성탄 대축일을 전후해 닷새 동안 마을 중심의 폐교 운동장에서 펼쳐지던 축제는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소박하고 정겨웠다. 마을 이장님부터 시작해 연로하신 어르신들은 행정기관의 도움을 일절 받지 않고 스스로 축제 기획부터 프로그램 구성과 행사 진행을 모두 도맡았다.

하지만 주민들이 연로해서 더 이상 부산한 대형 축제를 감당하기가 어려워져 2017년에는 한 해 쉬고, 2018년부터는 소박한 마을 축제로 이어지고 있다. 비록 규모는 작아지고, 북적거리는 축제 분위기는 사라졌지만, 이슬촌의 성탄 축제는 여전히 의미심장하다.

이슬촌 마을 사무장 나동주(마리아 막달레나)씨는 “2016년까지 대형 축제를 진행하다가 한 해를 쉬면서 깊은 고민을 했다”며 “연로한 주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대규모 축제보다는 소박하지만 주민들이 행복한 축제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슬촌의 원래 이름은 계량마을. 지리적 여건과 주민의 98% 이상이 천주교 신자라는 특성은 성탄 축제를 치르기에 적절했다. 마을 한가운데에는 광주대교구 나주 지역의 첫 성당인 노안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마을에는 69가구에 약 80여 명이 거주한다.

주민들이 성탄 때마다 이곳에서 트리를 세우고 주위를 환한 등으로 꾸미던 것이 큰 축제로 발전했다. 주민들은 어려서부터 그리스도교적인 축제가 이미 몸에 익어 있었다. 주민들이 한 자리에 모여 대소사를 논하고 결정하는 대동계의 전통도 그대로 살아 있어서 마을 전체가 뜻을 모아 진행하는 축제가 더욱 수월했다. 그리스도교 신앙과 유교적 전통이 어우러져 마을 축제로 표현됐던 것이다.

이슬촌 마을의 성탄 축제가 전처럼 대규모로 치러지지 않는 것은 다소 아쉽지만, 참 축제는 ‘주민들이 행복한’ 축제여야 한다는 점에서, 소박한 축제가 어쩌면 더 큰 생명력을 지니는지도 모른다.

올해 축제는 주민들의 문화 공연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노안본당의 배려로, 12월 24일 오후 5시에 일찌감치 성탄 전야 미사를 봉헌하고, 해가 떨어지면 평소에 갈고 닦은 솜씨로 오카리나, 생활 체조, 시 낭송, 성탄 노래와 민요, 판소리, 율동과 난타 등 다채로운 공연이 마련된다. 도예와 서예 전시회도 열린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외부 손님들에게도 활짝 열려 있다.

한편, 이슬촌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 농촌 체험도 유용하다. 2004년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된 후, 1년 내내 방문객들이 이곳에서 농촌 삶을 체험한다. 이슬촌에서 축제는 연중 계속된다.

광주대교구 나주 노안성당. 사진 박원희 기자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