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성탄 르포] ‘아지트’(아이들을 지켜주는 트럭) 활동 동행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9-12-17 수정일 2019-12-17 발행일 2019-12-25 제 3175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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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미래 위해 우리가 안전망이 돼 주어야 합니다”
화~금 매일 다른 청소년 집결지로 찾아가
간식 제공부터 게임·상담 등 진행

12월 11일 야탑역 주변에 세워진 아지트 버스에서 김하종 신부가 방문 청소년과 이야기 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한해 가출·위기청소년 발생 수는 20만 명 정도다. 부모의 폭력과 방임, 가정 해체 등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청소년은 2012년 경찰청 조사 결과 12만 명에 이른다. 이들은 가정과 학교에서 받은 상처로 사회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가 폭력과 성매매 등 범죄의 길로 들어선다. 시설이나 쉼터 이용을 꺼리거나 공동체 혹은 사회 안으로 들어오기도 어려워한다. 안으로 들어오길 기다릴 것이 아니라,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서비스를 해야 하는 이유다.

안나의집(대표 김하종 신부) 부설 성남시남자단기청소년쉼터 이동형 아웃리치 ‘아·지·트’(아이들을 지켜주는 트럭, 담당 홍성철 신부, 이하 아지트)는 구속받기 싫어하고 쉼터에 머무르고 싶어 하지 않는 가출 청소년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 속에서 아이들을 찾아 거리로 나선 사례다. 주님 성탄 대축일을 앞두고 그 현장에 함께했다.

12월 11일 오후 5시30분경, 어둠이 서서히 내려앉은 시간.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 1번 출구에 자리 잡은 아지트 버스와 텐트에도 불이 켜졌다. 9m×3m 규모의 빨간색 텐트에는 6~7개 탁자에 30여 개 의자가 마련됐다. 한쪽 구석에 전자오락기도 설치됐다. 역시 빨간색 조끼 차림의 다섯 명 사회복지사들은 초콜릿 우유와 빵을 준비해 놓고, 추위를 녹여줄 따뜻한 어묵 국물을 만드는 중이었다. 아지트 정식 오픈 시간은 오후 6시다. 이미 텐트 앞에는 청소년들이 기웃기웃 텐트 안을 들여다보며 운영 시작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오블라띠선교수도회 신학생 2명도 힘을 보태는 중이었다. 지하철 출구 앞에서 지나는 청소년에게 사탕을 나눠주며 말을 건네고 아지트를 알렸다.

수학에서부터 미술, 체대 입시 등 갖가지 학원들이 주변에 포진하고 있는 야탑역은 지하철 분당선에서 가장 많은 이용객이 몰리는 역이면서 대표적인 청소년 여가 활동 장소로 꼽힌다. 아지트는 매주 수요일 이곳에서 청소년을 만난다. 아지트는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지역을 달리해 아이들을 찾아 나선다. 성남 수정구 신흥역, 경기 광주 경안동 행정복지센터 등 청소년 왕래가 잦은 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화요일에는 성남시 관내 중고등학교를 찾아 학교 아웃리치 활동을 벌인다.

오후 6시15분이 지나자 텐트 내 의자가 청소년들로 가득 찼다. 아이들은 들어오자마자 이용신청서를 작성했다. 나이, 주소 등 기본적인 사항에 이어 가출 경험을 묻는 2번 항목은 아지트 관계자들이 제일 눈여겨보는 내용이다. ‘현재 가출 중’으로 답한 청소년에게는 어떤 형태로든 개입이 필요하다.

이용신청서 쓰기를 마친 청소년들에게는 간식이 제공된다. 사회복지사들은 이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게임도 하며 친구가 되어줬다. 각 테이블에서는 친구끼리, 혹은 사회복지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청소년들 웃음소리가 흘렀다. 텐트 옆에 세워진 아지트 버스에서는 좀 더 깊은 고민이 나눠지고 상담이 이뤄졌다.

사회복지사들과 루미큐브 게임에 한창이던 신아영(가명·고2)양은 이른바 야탑역 아지트 단골손님이다. 지난해 11월 친구를 통해 아지트를 알게 된 이후 매주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이곳을 찾는다. “선생님들과 이야기하고 게임도 하면서 마음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는 신양은 “처음 아지트를 찾았을 때 집안 문제로 어려운 일이 있었는데, 상담을 통해 고민을 해결했다”고 했다. 신양은 “안전하게 쉬고 게임하고 대화하는 이런 곳이 많아지면 내 편이 많아지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아지트는 2015년 7월 김하종 신부(오블라띠선교수도회)가 시작했다. 1998년 안나의집 설립 전부터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공부방, 청소년 쉼터 등을 통해 청소년과 가족을 도왔던 김 신부는 이런 기존 서비스 접근이 어렵거나 이탈된 가출 및 위기 청소년에게 먼저 다가가는 방법으로 아지트를 택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아지트 이용자는 13세 이하에서부터 20세 이상까지 1만5000명이 넘는다. 그중 17~19세 연령대가 전체의 57%를 차지한다. 14~16세는 4300여 명이다. 수~금요일 바뀌는 장소를 따라 매일 찾아오는 아이들도 있다. 그만큼 맘 편히 갈 곳이 없고 외롭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요즘 아지트는 가출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장에 나가 있는 쉼터로서 가출·위기 청소년들을 조기 발굴하고 거리의 청소년들을 쉽게 접촉할 수 장점을 통해 보호 서비스 및 위기 지원 서비스 등 다양한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시 보조금과 후원으로 운영되는 아지트는 경제적인 문제가 제일 큰 어려움이다. 봉사자도 부족하다. 특히 청년 봉사자들의 관심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날 마침 아지트를 찾은 김하종 신부는 청소년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대화를 나눴다. 김 신부는 거리에 있는 위기의 청소년들을 ‘경계에 있는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불야성 유흥업소들이 줄지어 있는 밤거리에서 누가 손을 잡아주는가에 따라 안전망에 속하게 되거나 위기나 가출, 비행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는 의미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나가는 교회’, ‘야전병원으로서의 교회’를 강조했다. 오늘날 한국 사회 안에서 가난한 존재로 머무는 청소년들을 찾아 거리로 나선 아지트는 그 말씀을 상기시켰다.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몸소 사람의 모습으로 인류에게 오셨다. 아지트의 존재는 그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자리였다. ※후원 문의 031-757-6336

■ 담당 홍성철 신부 인터뷰

“어른의 시선으로 아이 평가해선 안돼”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쉬었다 가는 곳, 또 친구가 되기 위해 늘 같은 자리에 있는 장소가 될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해 7월부터 아지트를 담당하고 있는 홍성철 신부(오블라띠선교수도회)는 그간 청소년들을 만난 경험을 토로하며 “어른의 시선과 잣대로 청소년을 판단하며 바라보지 말고 있는 그 자체로 존중하며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청소년들도 내면은 성숙하는 과정에 있는 아이들입니다. 친구 때문에, 시험 때문에, 이성친구 때문에 똑같이 고민합니다. 세상에 오신 예수님이 우리 모두를 똑같이 사랑하시는 것처럼 아지트는 그들에게 ‘너는 ‘문제아’, 특별한 아이가 아니야, 사랑받는 아이야’라고 말해줄 수 있는 곳입니다.”

홍 신부는 아지트를 다양한 지원 활동을 통한 ‘가교’ 역할에 비유했다. 가정 내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며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고 자포자기했던 한 지체장애인 청소년이 이곳을 통해 단기 쉼터에서 지내게 됐고 제빵사 교육을 받아 이제 부업에도 나서는 사례를 들려준 홍 신부는 “그때 교회가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를 느꼈다”고 했다.

가끔 ‘불량스러운 아이에게 쓸데없이 돈을 쓴다’는 식으로 아지트에 불만을 드러내는 어른들을 마주할 때 같은 어른으로서 창피함이 느껴진다는 홍 신부.

“아지트는 아이들이 손을 내밀도록 기다려주는 곳이고 내민 손을 잡아주는 몫을 하고자 합니다. 예수님처럼 잃어버린 양을 찾아 나서는 교회 모습으로 자리매김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각 지역에서 이런 이동형 청소년 쉼터가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