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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한국전쟁 70년과 기도 / 박천조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19-12-10 수정일 2019-12-10 발행일 2019-12-15 제 3174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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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이면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도 어느덧 70년이 됩니다.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3년 1개월 2일간 한반도는 포화 소리와 함께 파괴의 현장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남북 모두 합쳐 300만 명 이상의 사망과 부상・실종이 있었고 이때의 상처는 오늘까지도 모두에게 오롯이 남아 있습니다. 몇 년 전 인기를 끌었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영문 제목은 ‘The Brotherhood of War’, 즉 ‘전쟁 속의 형제들’이었습니다. 내전이냐 국제전이냐의 학술적인 논란을 떠나 이유야 어찌됐건 한국전쟁은 불행히도 ‘전쟁 속의 형제들’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전쟁은 그 어떠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과정의 폭력성과 결과의 참혹성을 수반할 수밖에 없기에 우리의 인식과 행동에 수많은 제약을 가져옵니다. 이러한 제약은 우리 교회와 신자들 사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오늘을 사는 우리가 종교적 교리인 화해와 평화를 이야기하고 실천을 함에 있어 어려움을 가져오게 합니다. 오죽하면 실천하기 어려운 교리가 ‘화해’이고 그중에 ‘민족의 화해’가 가장 어렵다는 말이 나올까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회가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주님 보시기에 참으로 좋으시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교회의에서는 지난 추계 정기총회에서 한국전쟁 발발 70년을 맞아 2019년 12월 1일 부터 2020년 11월 28일까지 1년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밤 9시 주모경 바치기’를 결정한 바 있습니다. 매일 밤 9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운동은 접경지역의 교구를 중심으로 진행돼 오고 있었습니다만 주교단이 합심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국내 가톨릭 신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매일 저녁 기도를 바침으로써 우리 신앙공동체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에 평화의 염원을 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도는 간절함이며 희망입니다. 그리고 기도는 한 명이 할 때보다 여럿이 함께 할 때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언젠가 저는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주일미사에 가지 못할 때면 어머니로부터 주모경을 33번 바치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한국전쟁으로 인해 주일미사에 참례하지 못한 어느 북녘 신자분이 계시다면 그분은 주모경 12만120번(33번×52주×70년)을 하셨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매일 저녁 9시 내가 바치는 주모경이 묵묵히 신앙을 지키고 있을 그분들의 기도에 대한 화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교회는 대림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기다린다면서 그 분의 말씀과 정반대의 삶을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분단의 깊은 상처를 낫게 하시고 서로 용서하는 화해의 은총을 내려주소서.”(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문 중)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