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제9회 사회교리 주간 기념세미나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19-12-10 수정일 2019-12-10 발행일 2019-12-15 제 3174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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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외면하면 교회 사명·존재 이유 상실”
‘한국 사회 100년 역사 안의 교회’ 주제
3·1운동 100주년 맞아 당시 교회 태도 반성하고 인간 존엄 실현 노력 다짐

12월 8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제9회 사회교리주간 기념세미나’ 중 발제자들이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배기현 주교)가 주최하고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황경원 신부)가 주관한 ‘제9회 사회교리 주간 기념세미나’가 12월 8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개최됐다. 올해 세미나는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한국 사회 100년 역사 안의 교회’를 주제로 열렸다.

‘3·1운동 정신과 교회의 사명’을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선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는 “살아 계신 하느님은 시간을 뛰어넘는 존재의 역동성을 지닌다”며 “우리 겨레가 걸어 온 100년의 여정을 짚어 보면 그 안에서 우리 선조들이 쓰러지고 넘어져도 다시 일으켜 주고 함께 걸어 주신 하느님의 발자취를 발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 구체적인 예로, 불의에 저항하며 새로운 시대를 꿈꿨던 동학의 봉기를 들었다. 또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해외 동포들의 적극적인 독립선언과 3·1운동의 주역인 종교계와 학생들의 투신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당시 민중들과 함께하지 않고 외면했던 교회의 태도를 인정하고 반성했다. 강 주교는 “3·1운동 당시 교회의 교도권과 성직자들은 3·1운동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신자들이 이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지도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길이 없다”면서 “이제라도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하며, 하느님과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자세가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회가 지상에서 온갖 도전과 불의에 맞서 살아가는 백성들의 현실을 외면한다면 교회의 사명과 존재 이유를 상실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발제자들은 인간 존엄성과 평화의 길을 모색하며 교회의 사명을 확인했다. 김선실(데레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상임대표는 기미독립선언문을 중심으로 인권의 가치를 부각시켰다. 김 상임대표는 “기미독립선언문에 ‘새 하늘과 새 땅의 도래’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부활 개념으로서 모든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간직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3·1운동의 이러한 정신은 오늘날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면서 “희망을 가지고 인간 존엄성을 꽃피우는 세상을 만들자”고 당부했다.

이대훈 교수(성공회대학교)는 일상 곳곳에 스며든 폭력성을 지적하며 평화의 길을 모색했다. 이 교수는 “6·25 전쟁을 겪은 우리나라는 서열화와 군대문화 등 일상 안에 폭력성이 뿌리 깊게 박혀있다”며 “이러한 문화와 이념 등 일상 안에서 벌어지는 간접적 폭력에 대한 적극적인 투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