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서울 우면동본당의 특별한 ‘희망트리’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9-12-10 수정일 2019-12-10 발행일 2019-12-15 제 3174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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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트리에 이웃과 나눌 ‘희망’ 달았어요

서울 우면동본당 신자들이 희망트리에 기도지향문을 달며 환하게 웃고 있다.

서울 우면동본당(주임 변우찬 신부)의 성당 마당. 매섭게 살을 에는 산바람에도 트리를 꾸미는 신자들의 모습에 미소가 한 가득이다. 어린이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푸른 상록수에 트리 장식을 매단다. 그런데 신자들이 다는 장식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반짝이는 구슬도, 복슬복슬한 방울도 아닌, ‘라면’ 모양의 장식이다. 본당 신자 누구나 나눔을 실천하며 성탄의 기쁨을 더하는 우면동본당의 독특한 성탄트리 ‘희망트리’의 모습이다.

본당 사목회는 본당 신자들이 성탄트리를 꾸미면서 가난한 이웃을 위한 기부금을 조성하고, 주님 성탄 대축일의 기쁨을 나눌 수 있도록 이번 희망트리를 기획했다. 라면 1개 값인 1000원 이상의 후원금을 내면, 뒷면에 기도지향을 적을 수 있는 라면 모양의 장식을 희망트리에 달 수 있다. 라면 1개 금액으로 최소 기부금액을 정한 이유는 어린이들도 이 나눔에 동참하면서 성탄의 기쁨을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서다. 성탄트리의 구슬 장식이 ‘성체’ 즉,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생명의 빵으로 오심을 상징하는 것처럼, 희망트리의 라면 장식도 이웃에게 음식을 나눔으로써 희망을 얻는 상징이다.

본당 사목회 위경례(스테파노·59) 부회장은 “작은 정성이지만 한 끼 식사와 함께 성탄을 지내는 감사와 기쁨을 나누고,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라면 모양 성탄 장식의 취지를 설명했다.

희망트리의 취지에 신자들의 호응이 뜨거웠다. 희망트리가 설치된 지 9일째인 12월 8일에는 희망트리에 이미 800개 이상의 장식이 트리를 채웠다. 본당 미사 참례자수 900여 명에 육박하는 수다. 특히 주일학교 어린이·청소년들이 적극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본당은 희망트리를 24일 주님 성탄 대축일 성야 때 성탄구유 옆에 봉헌할 계획이다.

본당 이병윤(요한 세례자·60) 총회장은 “희망트리에 장식이 아래쪽에만 많이 달린 것은 그만큼 어린이들이 많이 참여했기 때문”이라면서 “장식 후원금 기준을 1000원으로 잡았지만 5만 원을 내는 분들도 계시고,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계셔서 이대로 후원금 모금을 마감하는 24일에는 장식이 트리를 모두 뒤덮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희망트리는 이웃을 위한 물적 나눔뿐 아니라 영적인 나눔도 확산시키고 있다. 신자들은 라면 장식의 뒷면에 가족이나 지인들의 이름이나, 축복의 메시지를 적어 기도했다. 또 개인적인 지향뿐 아니라 “가난한 나라의 모든 아기들을 돌봐주소서”, “모두가 함께 주님께 찬미 기도드립니다” 등의 기도들도 눈에 띄었다.

희망트리 조성에 동참한 김은경(율리아나·62)씨는 “어려운 이들과 예수님의 사랑을 나누는 일에 모두가 참여할 수 있어 의미 있다”면서 “희망트리를 통해 많은 신자들이 본당 주보이기도 한 ‘성가정’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