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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제주에 공항이 더 생긴다면? / 양기석 신부

양기석 신부rn(제1대리구 지동본당 주임)
입력일 2019-12-10 수정일 2019-12-10 발행일 2019-12-15 제 3174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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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 4학년 때 동기들과 졸업여행 장소로 제주도를 가고 싶다는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당시 성소국장 신부님을 통해 교구장 주교님께서 ‘신학생들이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여행을 가는 것은 안 된다’며 허락하지 않으셨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속상했는지 모릅니다. 제주도를 가고 싶었던 꿈은 보좌 2년 차 때 동기들과 함께 이루었지만, 지금까지도 제주도는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들이 가득한 아름다운 섬입니다.

그러나 요즘 제주도는 많은 수난을 겪는 곳으로 바뀌었습니다. 1998년부터 2018년까지 20년 동안 제주도의 인구 동향을 분석한 ‘제주 인구 변화 책자’에 의하면 1998년 53만4008명이었던 제주 인구는 2018년 66만7191명으로 25% 가까이 증가하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제주 관광 인구가 1500만 명을 넘어서서 ‘관광 포비아(공포증)’를 이야기하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제주도가 넘쳐나는 사람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주도의 아름다움은 수많은 이들에게 경탄을 자아내지만, 감당할 수 없는 많은 관광객으로 인해 제주도는 전에 없던 교통난을 겪고 있습니다.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나는 쓰레기는 10만 톤 이상 쌓여있고, 생활용수의 부족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제주도의 해안지대와 한라산의 중산간 지대에는 연일 숙박업소를 포함한 상업건물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있습니다. 송악산 자락에 뉴오션 타운 개발 사업이 추진되어, 주변 생태계의 파괴뿐만 아니라, 가동률 94%로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대정하수처리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습니다.

이미 제주도 곳곳에서는 일일 처리 용량을 초과해 폐수가 그대로 배출되어 해양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있는 실정입니다.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동백동산이 위치한 조천읍 선흘리 인근에 추진되고 있는 ‘제주 사파리월드’ 사업 또한 용암분출로 형성된 암괴 지대에 이루어진 제주만의 고유한 형태의 숲인 ‘곶자왈’을 파괴할 것이 명확해서 많은 이들이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개발사업들은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부추겨서 제주도의 토착 주민들뿐만 아니라 제주도로 이주한 사람들이 생업을 접게 만들거나 위태롭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와 제주특별자치도청은 성산 일대에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제2공항을 추진하는 명분으로 현재의 제주공항이 항공 여객 수요를 충분히 감당하고 있지 못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와 제주특별자치도청의 주장대로 새로운 공항이 들어서면 제주도는 25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감당해야 합니다. 제주도는 이미 스스로 아름다운 천혜의 경관과 생태계를 지킬 생명력을 잃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돈을 좇으며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양기석 신부rn(제1대리구 지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