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대림기획-빛을 기다립니다] ③(끝) 이주사목위원회 쉼터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9-12-10 수정일 2019-12-10 발행일 2019-12-15 제 3174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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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에 머무는, 갈 곳 없는 이들의 안식처
교구 이주사목위원회, 6개 쉼터 운영
2007년 시작해 안양·평택 등에 개소 
법·제도의 보호 받지 못하는 이들 도와

광주엠마우스 신앙공동체 쉼터 입소에 앞서 마우리찌오 신부(맨 오른쪽)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필리핀 이주노동자들. 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제공

교구 이주사목위원회(위원장 이승제 신부, 이하 위원회)는 산하에 6개의 단기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일을 구하기까지 지낼 장소가 없는 등 부득이한 사정으로 숙소가 필요한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곳이다.

쉼터 운영은 위원회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위원회는 2007년 수원엠마우스 공동체 남성 쉼터를 시작으로 수원(남·여)과 안양(남), 광주(남·여), 평택(남) 지역에서 열고 있다. 평택 쉼터는 지난 5월 개소했다.

이 쉼터는 직장을 잃고 다시 새로 일을 찾아야 하는 등 당장 거주할 데가 없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그야말로 타국에서의 외로움과 아픔, 어려움을 녹여주는 장소가 아닐 수 없다. 종교 등 특별한 조건을 내세우지 않기에 열린 공간이기도 하다. 날이 추워진 요즘은 이용을 원하는 이들이 많은 편이다.

광주엠마우스 신앙공동체(담당 마우리찌오 신부)에는 최근 레이첼과 로나드 등 네 명의 필리핀 노동자가 각각 남·여 쉼터에 머물렀다. 공장을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가기 전까지 쉼터에서 지냈다. 이들은 퇴직금 정산도 받지 못한 채 계약 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공장 숙소에서 떠나야 했던 터. 다행히 일주일 정도 지내다 귀국했다.

쉼터의 역할은 또 있다. 근로자들은 아프거나 사고를 당했을 때 병원이 가까운 쉼터에 머물며 치료를 받는다. 어떤 근로자들은 휴무일 때 그저 온전한 쉼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 필리핀 출신의 한 이용자는 “공장 기숙사에서는 쉬는 날에도 제대로 쉴 수가 없다”고 했다. 공장에서 겪는 폭력을 피해 오는 경우도 있다.

각기 쉼터를 찾는 이유는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이 쉼터에서 이주민들은 마치 집처럼 안전하게 보호받는 것을 느끼고 재충전의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 허가로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이주여성, 또 이주 아동 등은 240여만 명으로 추산된다. 10년 새에 125만 명 정도가 늘었다. 이제 한국에서 외국인 근로자 없이 공장과 농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는 환경이지만 그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여전하다. 다문화가정 가구원도 지난해 100만 명을 넘어서 인구의 2%를 차지하는 수준이지만 바라보는 시선은 따듯하지 않다. 아직도 이들은 그저 이방인으로 여겨진다.

이런 편견은 위원회가 쉼터 장소를 찾는 과정에서도 경험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거주할 곳’이라는 사전 단서를 달았을 때 계약에 난색을 보이는 주인들을 마주하곤 한다. 아파트를 구하기는 더더욱 힘들다.

지난 10월 서울 한복판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집회가 열렸다. 더 이상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노예노동을 감수할 수 없다는 외침이었다. 국내 산업 현장에서 일하다 사고나 질병으로 숨지는 이주노동자는 매년 100명에 달한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경제를 책임지는 한 축임에도 처우는 최하위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 임금 체불, ‘갑질’ 등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법적 제도적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이주사목위원회 안산엠마우스 신앙공동체 쉼터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부엌을 정리하고 있다. 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제공

교구 이주사목위원회에서 일하는 필리핀 출신 리차드 페가리도(45)씨는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안전한 직장을 구하는 것이 최우선인데 심한 차별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학대도 자주 벌어진다”며 “언어 소통이 어려워서 겪는 고통도 크다”고 말했다. 리차드씨는 2006년 입국해 6년 동안 일을 한 뒤 귀국해 세부대교구 소속 평신도선교사로 다시 한국에 온 경우다. 본인이 이주노동자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 체류하는 이주노동자들과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위원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쉼터도 돌본다.

위원회 사무국장 유가영(세실리아)씨는 “이주노동자들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고 차이를 두는 모습을 자주 본다”며 “이미 한국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인데 여전히 사회적 눈길이 곱지 않음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2007년부터 광주엠마우스 신앙공동체를 담당하는 마우리찌오(오블라띠선교수도회) 신부는 이주민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일과 관련해서는 임금 체불 등 직업 환경을, 생활적인 면에서는 언어 문제를 꼽았다.

소통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의식주가 다른 환경 속에 이주민들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약해지고 보호받지 못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 또 사람보다 일을 우선시 하는 인권이 무시되는 환경은 더 그들을 위축되게 만든다.

“‘손님’으로 이주노동자들을 대하는 한 한국에서 그들의 사회 통합은 쉽게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한 마우리찌오 신부는 “교회에서라도 이주민들을 손님이 아닌 형제와 자매로 받아들이고 가족의 한 부분으로 바라보는 노력은 소외된 이를 위해 오신 성탄의 의미와도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후원 문의 031-689-5540 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