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성서해설] 166. 아가서 / 이정순 수녀

이정순 수녀ㆍ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
입력일 2019-12-04 수정일 2019-12-04 발행일 1987-09-27 제 1573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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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중 가장 이색적인 상상가
동방사회 사랑의 서정시 영향받아
하느님-이스라엘 관계 性愛로 표현
1, 명칭

히브리경전중 메길롤의 첫째 두루마리인 아가서는 구약성서에서 가장 이색적인 상사가(相思歌) 이다. 70인역과 불가타역은 히브리원명을 그대로 옮겨 「노래중의 노래」라는 표제를 붙이고 지혜문학의 시서에 분류하고있다. 우리말「아가」는 중국연 雅歌(고귀한 노래) 에 따른 것으로 히브리최상급어인 허다한 노래중에 가장 아름다운 노래의 의미를 적절히 드러내고 있다.

2, 저자와 집필연대

아가는「솔로몬의 노래」(1, 1) 로 되어있지만 솔로몬의 작품이 아니다. 팔레스티나, 바빌론 에집트와 아랍등 동방사회의 사랑의 서정시에서 영향을 받은 어느 무명시인이 기원전4세기초에 집필한 것으로 본다.

3, 내용

아가는 6개의 독립된 연가와 그 사이사이에 예루살렘 처녀들의 합창이 간주곡처럼 삽입되어 있다.

1) 제목과 서론(1, 1-4)=임을 갈망하는 처녀는 그의 이름을 높이며 말을 건넨다.

2) 첫째시 (1, 5-2, 7)=그리워하던 임을 만난 처녀는 사랑을 속삭인다.

3)둘째시 (2, 8-3, 5)=사랑으로 대담해진 두 연인은 서로 찾아 헤매다가 극적으로 만난다.

4) 세째시 (3, 6-5, 1)=극중의 혼례행렬과 행복에 겨운 연인들의 탄성이다.

5) 네째시 (5, 2-6, 3)=잠자리에 들었던 처녀는 임의 소리에 놀라 문을 열리지만 그는 온데간데 없다.

그녀는 마음의 눈으로 임의 모습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더듬어 내려간다.

6) 다섯째시 (6, 4-8, 4)=이번에는 남자가 연인의 자태를 발에서부터 머리채로 올라가면서 예찬한다.

7) 여섯째시 (8, 5-7)=하나가 된 두 연인은 「사랑은 죽음보다 강한 것」이라 노래한다.

8) 마무리(8, 8-14)=후대에 붙여진 부분이다.

4, 해석

아가서는 남녀의 사랑이라는 공동주제를 표제어를 통해 연결시키고있지만 약 30편으로도 쪼갤 수 있는 노래의 내용을 조화시키고 종교적으로 해석하는데 어려움을 제기하고 있다. 여러가지로 해석하는데 그중에 유다전승과 초대교회부터 오늘날까지 지지를 받는설은 우의적(Allegory) 해석이다. 즉 아가가 들려주는 인간의 성애(性愛)는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친밀한 관계를 비유적으로 표현하고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하느님과 선민의 참사랑은 부부들의 사랑과 같은데, 이를 여느 예언서들(이사50,1:52, 1~2:54, 4~8:62, 4~5: 예레 31, 17~22: 에제16, 8: 호세3, 1~3) 보다 아가서가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으므로 유다인들은 이를 「가장 거룩한 책」으로 여기고 야훼의 구원을 기리는 파스카 축일에 읽는것이다.

초대교회는 이런 해석을 널리 보급하였다. 이 주제는 그리스도는 신랑이요 교회는 신부의 관계로 발전되었다.(에·페5, 23~25). 성벨라도나 십자가의 성 요한은 아가의 영성을 더욱 풍요롭게 하여 하느님에 대한 그들의 사랑을 고백하였고 신자들의 신심에 생명감을 주었다. 아가의 우의적 해석은 교회의 전례에도 적용되어 미사경본과 성무일도서중 성모마리아축일과 동정녀들의 축일에 아가서를 취한다.

한편 현대의 많은 학자들은 아가서를 글자그대로 해석하는 입장을 취하고있다. 아가는 어디까지나 남녀의 자연스럽고 성실한 사랑의 속삭임에 대한 찬양이므로 굳이 비유적인 해석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랑은 사랑이신 하느님의 모상에 따라 (창세1, 27) 창조된 것이며 영원한 인연인 혼인을 축복하시는 하느님(창세2, 22~24) 께 전적으로 부합하기때문이다.

순수한 성애의 예찬인 아가는 인간존재의 특징을 이루는 남녀의 애정에 대한깊은 통찰과 인간의 사랑이 신적 사랑에의 참여라는 사실의 증언이다.

따라서 아가서는 참되고 아름다운 사랑을 구하는 모든 이에게 도전해오는 장애를 극복하고 그 사랑을 성취할 용기와 사랑의 승리가 가능함을 제시한다 하겠다.

이정순 수녀ㆍ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