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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핵무기 없는 세상을 꿈꾸며 / 박천조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19-12-03 수정일 2019-12-03 발행일 2019-12-08 제 3173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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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11월 23일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를 방문하셨습니다. 이 자리에서 교황님께서는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평화와 안정을 향한 희망에 대한 해답이 아니다”, “무기 제조와 개량은 터무니없는 테러행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단순히 보유하는 것도 범죄라는 의미입니다. 아울러 핵무기 개발과 보유 등을 금지한 핵무기금지조약(TPNW)의 비준도 촉구하셨죠. 이 조약은 2017년 유엔에서 체결됐음에도 핵무기 보유 국가들이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핵무기금지조약은 기존의 핵확산금지조약(NPT)보다도 강화된 조약입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이 조약 이전의 핵보유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으면서 이후의 핵보유 활동을 문제 삼고 있음을 지적한 것입니다. 즉 핵무기금지조약은 기존 핵보유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 5개국에 대해서도 핵무기를 폐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죠. 문제는 이 5개국을 비롯해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 비공식 핵보유국들도 적극적으로 이 조약에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교황님이 방문하신 일본은 핵보유국은 아닙니다만 피해자라는 위치를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원자폭탄 피해 국가라는 점을 각종 통치행위나 외교무대에서 강조하고 있죠. 그리고 이것으로 끝입니다. 핵무기금지조약의 적극적 가입을 독려하거나 옹호하는 외교적 활동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러한 국제환경 속에서 핵무기금지조약의 가입을 독려하는 교황님의 발걸음은 핵 불구덩이를 지고 살아가려는 우리 모두에게 큰 깨달음을 줍니다. 우리가 경험했듯이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발전소와 같은 핵의 평화적 이용에도 여러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러할진데 핵무기 제조와 이용은 인류 평화에 심각한 요소가 됩니다. 더구나 북쪽의 핵실험 소식이 지속되다 보니 우리 사회에서도 경쟁적으로 핵무장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돼서인지 과거 상영됐던 영화 ‘강철비’에서는 북쪽이 개발한 핵무기 일부를 남쪽으로 이전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남북 간 핵 경쟁은 공멸을 가져옵니다.

우리가 핵무기 개발을 반대하는 이유로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할 경우 직면하게 될 국제사회의 압력을 버틸 수 있겠는가’라는 현실적인 논리가 가장 강합니다. 그러나 우리 신앙인들은 이러한 현실 외에도 “진정한 평화는 무기를 가지지 않는 것 외에는 있을 수 없다”는 교황님의 말씀을 더해야 할 것입니다. “평화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은 평화를 심어서 정의의 열매를 거두어들입니다.”(야고 3,18)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