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빛이다
지난해 열린 ‘사는 거이 다 똑같디요’ 사진전도 ‘사람이 우선인 사진’을 찍고자 했던 임 작가의 가치관이 실현된 자리였다. 한국인 사진작가가 북한의 풍경을 찍어 공개한 최초의 사진전이기도 했지만 ‘북한’이 아닌 ‘사람’을 담았기에 울림이 컸다.
“1998년 사진기자로 처음 북한에 취재를 갔는데, 저는 그들의 이데올로기가 아닌 삶의 단편이 보이더군요. 그래서 북측의 허락을 받고 사람들의 모습을 찍었어요. 참 신기한 게, 강변에서 시간을 보내는 중년 남성들이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는데, 우리네 아버지 모습이 생각났죠. 큰 아이는 엄마가, 막내는 아빠가 챙기는 모습도 남한과 다르지 않았어요. 우리와 사는 게 똑같더라고요, 감동적이게도 말이예요.”
이념과 편견의 벽을 허물고 사람의 존엄성을 먼저 생각한 그의 시선은 그런 사진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런 임 작가의 사진을 보고 누군가는 그들의 존엄성을 기억할 것이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가르침은 작지만 의미있는 움직임으로 세상을 바꾸고 있었다.
그가 일련의 활동 끝에 도달한 곳은 ‘공감아이’였다. 예비 사회적 기업인 ‘공감아이’에서는 사진을 통해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이들의 자존감 회복을 돕고 있다. 그는 최근까지 남영동 대공분실 고문피해자들과 고문의 현장을 찾아 사진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 유가족, 발달장애인, 성매매여성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 채 누군가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말과 행동을 하곤 합니다. 저는 그런 분들의 마음을 사진으로 치유해주고자 한국으로 돌아와 사진심리상담을 공부했죠. 제게 상담을 받았던 분 중에 ‘덕분에 자살을 하지 않게 됐다’는 말을 하신 분도 계셨어요. 감사할 따름이죠.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마음이 아프고 힘든 분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의미있고 가치있기에 그만두지 못할 것 같습니다.”
임 작가에게 빛에 대해 묻자, 그는 “사람이 빛”이라고 말한다. 사람으로 인해 행복했기에 그들은 임 작가에게 빛이 됐다. 몇 달 뒤에 다시 캄보디아로 떠난다는 임 작가. 그는 가장 허름한 옷을 챙겨 입고 가장 낮은 자세로 빛인 사람들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리고 그가 오랜 시간 고민하고, 생각하며 누른 카메라 셔터는 가장 아름답고 밝은 빛을 담아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