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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장사꾼’을 만나다] 인터뷰-테스트웍스 윤석원 대표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9-12-03 수정일 2019-12-03 발행일 2019-12-08 제 3173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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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리가 우리 회사 경영 지침서죠”
함께 만드는 사회 위해 창업
봉사하는 ‘서번트 리더십’ 강조

“고용인들을 노예처럼 취급하지 말아야 하고 그들이 혹시라도 그리스도교인이 됨으로써 더욱 품위를 지니게 되는 인격의 존엄성을 존중해야 한다.”(레오 13세 교황 회칙 「새로운 사태」 14항)

사회적기업 ‘테스트웍스’의 윤석원(토마스 아퀴나스)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이 구절에는 ‘자본가와 고용주가 준수해야 할 의무’가 나온다.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사람을 물건처럼 다루지 말라는 경고를 비롯해 노동은 인간이 정직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품위를 드높여 준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윤 대표는 사회교리를 회사의 ‘경영 지침서’라고 할 만큼 여기에 푹 빠져 있다. 사회교리를 기반으로 회사를 세운 그는 “사회교리가 교회 내에서 주목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면서 “19세기 말에 발표한 「새로운 사태」에서 바라본 사회의 모순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도 해야 할 일이 참 많다”고 덧붙였다.

신학교에 입학했던 이유도 사회교리의 영향이 컸다. 그는 “학창시절 우연히 본 사회교리의 메시지가 균형 잡혀 있었다”면서 “이미 1800년대에 교회가 자본주의 사회의 폐해에 대해 고민하며 중심을 잡으려고 하는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로 이게 제가 생각하는 삶의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을 5년 남짓 다닌 그는 진로를 변경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코넬대학교 신문방송학과로 편입한 그는 우연히 듣게 된 코딩(Coding) 수업에서 재능을 발견했다. 이후 코넬대 IT석사를 졸업한 뒤 실리콘밸리에 있는 스타트업 기업을 시작으로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기업에서 엔지니어로 20년 가까이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제시하는 가치와 자신이 생각하는 삶의 가치가 충돌하는 것을 알았다. 채워지지 않는 더 큰 무언가가 있음을 느낀 그는 4년 전, 주변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테스트웍스를 창업했다.

“제가 꿈꾸는 가치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원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회사에서 제시하는 권력과 돈, 임원이 갖는 영향력 같은 것들도 분명 매력적이죠.(웃음) 하지만 어디선가 ‘그만해 이제, 석원아’라는 말이 들렸어요. 이걸 해 보지 않으면 너무 후회할 것 같아 딱 3년만 해보자는 심정으로 시작했습니다.”

차별 없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회사 문화가 그에게 큰 영감을 줬다. 인종 차별은 물론 나이, 성별에 대한 차별 없이 서로 어울리는 문화를 보며 ‘사람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는 사회’에 대한 희망을 봤다.

그는 마지막으로 ‘서번트(Servant·봉사자)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직원들과 소통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상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라면서 “직원들이 성장하는 것을 볼 때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