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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장사꾼’을 만나다] 사회교리 기반으로 세운 사회적 기업 ‘테스트웍스’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9-12-03 수정일 2019-12-05 발행일 2019-12-08 제 3173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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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없는 포용적 고용으로 소외된 이들의 디딤돌 돼주다
성별·나이·장애에 차별 없이 장애인과 경력단절 여성 고용
부족한 부분 서로 채워주며 다양성에서 나오는 힘 키워
인간 존엄·공동선 가치 추구

“기업의 목표는 경제적 기준에 따라 경제적 차원에서 충족되어야 하지만, 개인과 사회의 구체적인 발전을 이루는 참된 가치들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간추린 사회교리」 338항)

‘테스트웍스’는 가톨릭 사회교리에서 말하는 ‘참된 가치’를 이루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적 기업이다. 윤석원(토마스 아퀴나스) 대표는 사회교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현대사회에 걸맞는 기업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장애인, 경력단절 여성 등을 차별 없이 포용적으로 고용하고 있는 기업이다. 사회적 경제를 실천하는 모범 사례로 꼽힌다. 윤 대표는 회사 경영에 있어 ‘평등한 기회’를 비롯해 ‘공정’과 ‘성장’의 가치를 강조한다.

사회교리를 기반으로 만든 기업 ‘테스트웍스’ 사무실. 장애인을 비롯해 경력단절 여성, 청년 등 다양한 이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 같이의 가치

“수많은 사람이 배척되고 소외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일자리도, 희망도, 현실을 벗어날 방법도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고 「복음의 기쁨」 53항에서 경쟁의 논리와 약육강식의 법칙 아래 소외되고 힘없는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사회교리는 인간은 누구나 경제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모든 인간은 결코 누구에 의해서든 소외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본다. 테스트웍스는 이러한 소외된 이들의 디딤돌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테스트웍스는 성별, 나이 그리고 장애에 차별을 두지 않는 포용적 고용을 지향한다. 직원 70여 명 중 취약계층 비율이 50% 가까이 된다. 이 중에는 발달장애인과 청각장애인, 경력단절 여성 등이 포함돼 있다. 사회적 편견과 달리 장애인이 오히려 꼼꼼하고 섬세한 소프트웨어 테스팅 작업에 뛰어난 역량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직원들은 “다양성에서 오는 힘이 있다”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며 오가는 정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회사는 해마다 꾸준히 성장해 4년 만에 매출 45억 원을 기록했다. 내년 매출액 목표는 80억 원이다. 윤 대표 혼자 시작한 회사가 어느덧 직원 70명을 넘어섰고, 앞으로도 계속 고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더 많은 이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회사를 계속 확장할 것”이라면서 “포용적 고용 모델은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밝혔다.

테스트웍스는 이미 2년 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사회적 기업 정관에는 이윤의 2/3 이상을 사회적 목적을 위해 재투자해야 함과 동시에 임원의 연봉 상한 수준 등을 명시하고 있어 개인의 탐욕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 공정 그리고 성장의 가치

가톨릭 사회교리는 노동은 인간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수고로써 정직하게 살아갈 수 있는 품위를 드높여 준다고 가르친다. 그러면서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선이 모든 경제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기업가들이 경제 활동을 통해 공동선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테스트웍스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취약계층을 비롯한 모든 이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며, 직원들을 공정하게 평가하고 그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회사는 공정한 평가를 위해 다면평가를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상향평가와 하향평가는 물론 동료 간에도 서로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업무 능력이 아니라 협업을 얼마나 잘 하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자신의 일과 팀을 뛰어 넘어 얼마나 긍정적 영향을 주기 위해 노력했는지 등을 통합적으로 평가한다.

“참으로 부당한 일은 인간을 마치 이윤 추구를 위한 물건처럼 마구 다루는 것이고 오직 노동 기술이나 노동력으로써만 인간을 평가하는 것”이라는 교황 레오 13세의 회칙 「새로운 사태」 14항과 맞닿아 있는 회사 문화다.

또 회사는 직원들의 자기 개발을 적극 지원한다. 직원들에게 학위를 비롯해 국제 자격증 취득 역량개발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에게 무료 교육 서비스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회사 분위기는 윤 대표의 말에서도 짐작이 된다. “논리적으로 대드는(의견을 내는) 직원을 좋아합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첨예하게 싸워야 합니다. 직원들과 토론할 때가 제일 좋아요.”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