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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리, 경제정의구현에도 필요하다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9-12-03 수정일 2019-12-03 발행일 2019-12-08 제 3173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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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활동, 돈의 유혹 떨쳐내고 ‘사랑’ 추구해야
효율과 이윤 치중하다보면 인간은 소모품으로 전락
자본주의 해결책은 ‘애덕’
물질주의에서 벗어나려면 관계성과 연대·협력 필요

그리스도 정신으로 무장한 사회적 기업이 경제적 이윤과 사회 공동선 사이에 놓인 분열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과 달리 사회적 가치와 공익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은 사회 불평등과 인간소외의 위험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3월 창립 100주년을 맞은 이탈리아 협동조합(Confederation of Italian Cooperatives) 조합원들에게 ‘돈의 신’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물질적 재산이 아니라 관계성, 연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회의 사회교리가 죽은 언어나 추상적인 담론에만 머물지 않고 하나의 삶으로 변화될 때 그것은 강력한 ‘희망의 표징’이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교회는 자본주의를 인정하면서도 인간과 사회의 근본 가치를 경시하는 자본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해 왔다. 특히 교황은 자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인간소외를 지적하며, 이윤추구와 양적 성장, 비용 절감과 생산성을 추구하며 인간을 사용하다가 그냥 버리는 소모품처럼 여기는 ‘버리는 문화’가 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찍이 1891년 레오 13세 교황은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를 발표하며 이러한 사회의 악에 대해 경고했다. 서구 사회가 산업화 시대로 접어든 후 야기된 노동자와 임금 문제, 노동조합 보장 등에 대해 최초로 교회 입장을 밝힌 이 문헌에서는 자본주의에 대한 참되고 근본적인 치유책이 종교로부터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자본주의에 대한 결정적 해결책으로 ‘애덕’을 꼽으며 “애덕은 그야말로 세속의 교만과 이기심을 해소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약이다”(「새로운 사태」 41항)라고 밝힌다. 가톨릭 사회교리에서도 사랑의 실천을 최종 목표로 삼는 우리의 노동은 ‘관상의 기회’이자 ‘신실한 기도’(「간추린 사회교리」 266항)라며 경제와 기업 활동, 한 인간의 삶에서 사랑이 최우선 목적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인간 존엄성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며 발전해 왔다. 특히 가톨릭 사회교리에서는 기업인들이 ‘자본’ 증식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인간 존엄’을 구체적으로 존중하는 것이 바로 그들의 의무라고 강조하고 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회칙 「백주년」 43항에서 “기업체를 ‘자본의 사회’로만 생각하면 안 되며, 기업체는 기업 활동을 위하여 다양한 방법과 고유한 책임을 가지고 필요한 자본을 공급하는 이들과, 동시에 노동을 통하여 협조하는 이들이 참여하는 ‘인간의 사회’이기도 하다”고 명시한다.

또 “기업가들은 더욱 폭넓은 삶의 의미가 제기하는 도전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소명”이라고 말한다.(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 203항) 기업이 이윤을 창출함으로써 모든 이가 이를 더 잘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참으로 공동선에 이바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교회는 경제활동에서 여성의 가치를 인정하라고 권고한다. 성 요한 23세 교황은 회칙 「지상의 평화」 19항에서 “여성들도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의무와 상반되지 않는 노동 조건 하에서 일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지난 3월 이탈리아 협동조합원들과의 만남에서 “여성은 모두의 얼굴에서 무엇이 사랑인지를 더 잘 볼 수 있고 남성들이 가끔 ‘최고의 제도’라고 부르는 것을 더 잘 구체화할 줄 안다”면서 “여성에 대한 주제는 미래 산업과 관련해 협동분야에서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호소한 바 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