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프란치스코 교황 태국 사목방문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n사진
입력일 2019-11-26 수정일 2019-11-27 발행일 2019-12-01 제 3172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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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은 희망의 씨앗… 형제애 실천하며 함께 나아가자”
공식 환영식으로 일정 시작, 이주민에 대한 배려와 함께 인신매매·아동착취 근절 강조
랏차보핏 사원 방문, 불교 지도자들 만나 대화 평화 위한 종교 간 화합 요청
방콕 국립경기장 미사 주례, 샴대목구 설립 350주년 축하
복음 선포 위한 노력 당부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20일 ‘천사의 도시’ 태국 방콕을 찾았다. 교황이 탄 비행기가 방콕 돈므앙공항에 도착하자, 주태국 교황대사 장인남 대주교가 비행기에 올라 교황을 영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네 번째 아시아 순방의 시작이었다. 교황이 태국을 방문한 것은 1984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이후 처음이다. 교황은 11월 23일까지 방콕에 머물며, 대표적인 불교국가인 태국에서 소수인 가톨릭교회 공동체를 격려하고, 종교 간 대화와 복음의 토착화, 적극적인 선교활동에 동참할 것을 당부했다.

■ 이주민에 대한 관심과 배려 요청

태국에서 교황의 첫 일정은 태국정부의 공식 환영식 참석이었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의 환영을 받은 교황은 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리와의 만남을 이어갔다. 이날 교황은 이민과 난민에 대한 태국 정부의 관심과 배려를 요청했다. 교황은 “우리 시대에서 이주는 중요한 도덕의 문제가 됐으며, 더 이상 이를 외면할 수는 없다”면서 “환대로 유명한 태국도 이웃 나라에서 갖은 고난을 겪어 이주해 온 난민들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에 따르면, 2019년 기준 6400만 태국 인구 중 490만 명이 이주민 또는 난민이다. 지난 5년 사이 120만 명이 증가한 수치이며, 이들은 대부분 캄보디아와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에서 왔다. 특히 유엔은 “태국 매콩 지역은 인신매매와 이주민 강제 노동 및 성매매의 주요 활동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총리를 비롯한 태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여성과 아이들이 모든 방식의 착취와 노예화, 폭력 및 학대로 인해 피해 받고 있다”면서, “경제적인 요인으로 꿈과 희망을 포기하는 이들이 많은데, 우리가 서로 힘을 모아 더불어 살아가면 다음 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당부했다.

■ 평화 위한 종교 간 대화 강조

이어 교황은 랏차보핏 사원을 방문했다. 교황은 랏차보핏 사원의 주지로 2017년 태국의 최고 불교 지도자로 선출된 쏨뎃 프라 마하 무니웡 스님을 비롯한 불교계 인사들과 만났다. 무니웡 스님은 태국에서 종교적 그리고 정치적으로 많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 교황은 무니웡 스님에게 평화를 위해 가톨릭교회와 불교가 힘을 모으자고 요청했다.

교황은 “지역 간의 문화 교류뿐 아니라 전 세계 문화의 만남으로 갈등을 줄일 수 있다”면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 희망의 메시지를 통해 갈등으로 피해 받는 이들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종교인은 ‘희망의 씨앗’으로 형제애를 실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불교와 가톨릭 신자들은 “용기를 내서 서로 협력해 다양한 문화 화합을 이뤄 형제애를 전 세계와 나눠야 한다”면서 “이번 여정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했다. 또 “공통된 평화를 향해서 함께 나아갈 것을 한 번 더 다짐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지난 1984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태국을 방문했을 때 불교 최고 지도자와 만났던 것을 상기시켰다. 이에 무니웡 스님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방문했을 때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면서 “당시 성 요한 바오로 2세와 불교 지도자는 서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뜻을 함께 하자고 했다”며 당시 기억을 회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21일 태국 방콕의 랏차보핏 사원에서 태국의 최고 불교 지도자 쏨뎃 프라 마하 무니웡 스님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

■ 선교하는 그리스도의 제자

교황은 11월 21일 오후 6시 방콕 국립경기장에서 대규모 군중미사를 주례했다. 이날 교황은 태국 신자들에게 선교하는 그리스도의 제자가 돼 줄 것을 당부했다. 미사에는 5만여 명의 신자들이 참례했다.

교황의 태국 방문은 샴대목구 설립 35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됐다. 교황은 이날 미사 강론에서 초기 선교사들의 역할을 치하했다. 교황은 이날 “선교사들은 신앙의 용병 또는 개종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이 주님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태국에 온 초기 선교사들은 혈연과 문화, 지역, 인종을 떠나 가족애를 선포했다”며 “이들은 성령으로 가족애를 맺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기 선교사들이 태국인들을 이교도 또는 비신자로 보지 않고 한 형제로 봤다”면서 “이들은 태국인들에게 성경 말씀대로 복음을 전파하며 이들의 영적 성장을 바랐다”고 덧붙였다.

이어 교황은 태국 신자들에게 자신은 초기 선교사들이 복음 전파를 위해 노력한 것처럼 오늘날에도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희망의 불씨’를 전달하기 위해 태국에 왔다고 밝혔다. 교황은 “믿음의 기쁨을 아직 모르는 이들과 함께 이 기쁨을 나누며 기념하자”면서 “인신매매와 성매매로 상처 받은 사람들, 마약에 중독된 청년들, 보금자리를 빼앗겨 희망을 잃어버린 이민자들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의 희망을 전하자”고 요청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21일 태국 사목방문 중 방콕의 국립경기장에서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 복음 선포 위해 토착화 힘써야

이튿날 태국교회의 성직자들을 만난 교황은 태국의 많은 사람들이 가톨릭 신앙을 외국 종교로 인식하고 있는 것을 우려했다. 이에 교황은 태국의 성직자들에게 “태국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복음을 전파할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11월 22일 방콕의 성 바오로 성당에서 태국의 사제와 수도자, 교리교사들을 만났다. 교황은 이날 “연설을 준비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가톨릭 신앙은 외국인들을 위한 외국 종교로 인식되어 마음이 아팠다”며 “이번 방문을 통해 신앙은 국적에 상관없이 누구나 어머니의 자장가 같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태국 국민들이 머리로 믿음을 이해하기 보다는 몸과 마음으로 진심으로 신앙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우리가 느끼는 하느님의 사랑을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게 편견 없는 시선으로 복음을 전파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이날 태국의 성직자 외에도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소속 주교단을 만나 초기 선교사들의 복음 전파 열정으로 아시아 복음화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아시아의 주교들에게 “아시아 교회 미래를 위해서 끊임없이 복음을 전파”하며 “적극적으로 복음전파를 도우며 이를 기뻐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교황은 태국 예수회원들과 만남, 그리스도교 타종단 지도자와의 만남 등 일정을 소화했다. 이날 저녁 방콕의 주교좌 성모승천대성당에서 젊은이들과의 미사를 마지막으로 태국 방문 일정을 마무리한 교황은 이튿날 아침 일본으로 향했다.

11월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환영하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서 있는 태국 신자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n사진 C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