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12제자 이야기 담은 책 「위대한 사명」 펴낸 정진석 추기경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9-11-26 수정일 2019-11-27 발행일 2019-12-01 제 3172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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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 결함에도… 하느님은 늘 우리를 사랑하신다”
우리의 모습과 닮은 열두 사도
예수님 만나며 변해가는 과정 담아

여든 살이 훌쩍 넘은 백발의 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인터뷰 내내 ‘희망’과 ‘믿음’ 그리고 ‘행복’을 강조했다.

“나쁜 놈이요? 우린 모두 하느님의 특별한 작품입니다.”

백발의 88세 추기경은 하느님을 ‘위대한 작가’에 비유하며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 앞에서 우린 모두 같은 인간이라고 강조하는 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다. 오롯이 하느님을 바라보며 한 길만을 걸어 온 그는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 정 추기경은 신간 「위대한 사명」(정진석 추기경 지음/330쪽/1만8000원/가톨릭출판사)에서 우리에게 그동안 꼭 전하고 싶었던 열두 사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준다.

“이 책은 제 선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제로서 선배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했습니다. 아마 사제라면 누구나 써 보고 싶은 이야기 아닐까요.”

열두 사도는 그가 지난 70년 세월 동안 꼭 써보고 싶었던 주제였다. 우리는 책 속 사도들의 모습에서 우리 내면을 마주하게 된다. 열두 사도 하면 보통 존경할 만한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책에서는 우리와 너무나도 닮은 제자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심지어 이기적인 모습, 경솔하고 뻔뻔하기까지 한 그들이 예수님을 만나면서 변해 가는 과정을 소개한다.

더불어 인간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를 용서하고 사랑하시는 ‘자비의 하느님’임을 강조한다. 자연스레 하느님 앞에 우리는 다 같은 자식임을 겸손하게 확인할 수 있다.

“예수님을 팔아먹은 제자도 그 나름대로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자비의 하느님께서는 그를 용서해 주시지 않았을까요. 그런 이들도 당신 작품의 한 부분이니까요. 저는 그런 사람을 보면 하느님께 ‘이 사람도 용서해 주세요’라고 기도합니다.”

이번 책은 글쓰기가 취미인 그의 58번째 책이다. 증보판까지 합치면 무려 65번째다. 지난해에 비해 몸이 많이 불편해졌지만, 병원에 가서도 책 이야기를 할 정도로 그는 책으로 신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새벽마다 일어나 글을 쓰고 있다. 신학교 문예부 시절, 동료 사제와 해마다 책을 한 권씩 내기로 약속을 한 그는 “철이 없어 가능했다”면서도 “약속을 지킬 때마다 감격스럽다”고 밝혔다.

정 추기경은 책을 발간할 때마다 자신의 힘이 아니라, 하느님이 이끌어 주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느님 앞에서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이어 독자들에게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여러분! 행복하게 사세요. 그리고 희망을 가지세요. 하느님께서 좋은 작품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 그런 삶을 사세요.”

마지막으로 내년 주교 서품 50주년을 맞는 정 추기경은 기적 같은 자신의 인생을 짧게 돌아보며 하느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6·25전쟁 중에 죽을 고비가 여러 번 있었는데, 이렇게 아직도 살아 있네요. 먹고 살기 어려울 때도 많았는데 지금까지 돈 걱정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이런 게 저에게는 기적이에요.”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