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칼럼] (47) 성직자 개혁, 아시아가 다음 목적지 될까? / 마이클 세인즈버리

마이클 세인즈버리 (언론인)rn마이클 세인즈버리는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아시아와 호주의 경제
입력일 2019-11-26 수정일 2019-11-27 발행일 2019-12-01 제 3172호 6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마존 오지에서의 기혼 남성 사제 서품 허용 결정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이번 아시아 방문은 성직자 개혁 계획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인가?

최근 아마존 시노드에 참석한 주교들 대다수는 특별한 상황에 놓인 이 지역에서 기혼 남성의 사제 서품에 동의했다. 아마존 지역에서는 신자들이 미사에 참석하고 영성체를 하고 싶어도 몇 달, 길게는 몇 년씩 사제를 만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성직자를 독신 남성 사제로만 제한하는 것의 근본 문제가 여기 있다. 그리스도교의 핵심은 성직자의 사목 활동과 성사를 통해 사람들을 예수 그리스도께로 이끄는 데 있다. 이를 미혼 남성에게 국한시킴으로써 교회는 자신의 활동 수행 능력까지도 제한시키고 있다.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따라가 보면서 그의 생각이 얼마나 ‘급진적’인지 깨달을 필요가 있다. 기혼 남성의 사제 서품 문제를 마지막으로 논의한 것은 1971년, 성 바오로 6세 교황의의 세 번째 시노드였다. 이미 내리막길에 접어든 사제성소를 염려하던 이들과 진보주의자들에게는 실망스럽게도,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1967년에 사제 독신제를 재확인했던 터였다.

1970년, 요제프 라칭거(훗날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를 포함한 중견 가톨릭 학자들이 바오로 6세 교황에게 편지를 보냈다.

“독일 주교들의 신임을 통해 신앙도덕위원회의 신학자들로 부름 받은 저희는 독일 주교들에게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할 의무를 느낍니다. 저희의 성찰은, 독일 라틴 교회와 보편 교회 전체의 독신제 법을 시급히 검토하고 식별하며 살펴볼 필요성에 관한 것입니다.”

그러나 1971년 시노드는 소수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독신제 문제에서 교황을 지지했고,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시 끄집어 낼 때까지 이 문제는 48년 동안 잠잠했다.

아마존 시노드의 최종 보고서는, 이 지역의 많은 신자들이 사제를 만나고 성체를 모시는 데 “크나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공동체에서 존경 받는 적합한 남성들을 사제로 서품”할 것을 권고한다. 단, 그들은 이미 부제로서 풍부한 경력이 있으며, “합법적이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있고, 사제 양성을 충분히 받은” 이들이어야 한다.

마이클 체르니 추기경은, “먼저 부제가 되지 않고서는 사제로 서품될 수 없다”며, 시노드 최종 보고서는 교회의 커다란 “사목적 변화”라고 덧붙이면서도 말을 아꼈다.

이제 연말까지 교황의 문서가 나올 것이다. 교황청의 ‘바티칸뉴스’에서 지적하듯이, “적어도 특수한 상황에서라도, 예컨대 개신교 복음주의 교회들이 점점 개종자들을 얻고 있는 지역에서라도, 기혼 사제 금지 규정을 해제하는 출발점이 문서에 포함될 것인지 궁금해 하는 신자들은 교황의 결론을 간절히 기다릴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개혁의 시험대로 아마존 오지를 선택한 것은, 분명 더 넓게는 교회의 미래로 여겨지는 곳, 교회가 점점 성장하고 발전하는 개발도상세계를 염두에 둔 것이다.

브라질의 경우가 특히 그랬다. 브라질은 가톨릭 신자가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지만, 급격히 신도수가 늘고 있는 복음주의 교회의 공격을 받아 왔다.

오지의 가톨릭 신자 집단과 복음주의 교회의 부상은 아시아에서도 중요한 주제이다.

교황이 최근 방문한 태국에는 일곱 개의 주요 고산족이 있는데, 몽족, 까렌족, 아카족, 리수족에는 가톨릭 신자가 수천 명 있다. 이 부족들은 인도에서 방글라데시, 미얀마, 태국, 라오스, 베트남, 중국 남부에 이르기까지 동남아의 산악 지역을 따라 펼쳐져 있다.

아시아 가톨릭교회의 중심지인 필리핀에도 복음주의 개신교 신자들이 상당히 파고들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도 상황은 비슷하다. 특히 눈에 띄는 곳은 한국이다. 한국에서는 부유한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신앙을 사업상 인적 관계망을 맺는 도구로 삼으며 대형 교회들을 세운다. 중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한국 개신교 신자들은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 선교사도 파견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복음주의 교회와 오순절교회 그리스도교는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아시아에서 급성장했으며, 1970년에 1700만 명에서 2015년에는 2억 명까지 증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노드를 개막하며 이렇게 지적했다. “모든 것이 지금까지 해 온 대로 흘러간다면, ‘늘 이래 왔으니까’하고 우리가 만족하며 그저 시간을 보낸다면, 현상 유지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의 잿더미에 덮여 선물은 사라져 버리고 말 것입니다.”

물론, 이런 커다란 변화의 가장 큰 장애물 가운데 하나는 아시아 여러 국가들에 만연한 성직주의다. 번지르르한 겉치레를 좋아하고, 스스로를 선택된 엘리트라 여기며 ‘자기보다 못한’ 이들이 자기들 무리에 들어올까 봐 벌벌 떠는 교회 지도자들, 이 문제의 아이러니는 바로 이들에게 있다.

마이클 세인즈버리 (언론인)rn마이클 세인즈버리는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아시아와 호주의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