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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남북과 북중 접경의 차이 / 박천조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19-11-26 수정일 2019-11-26 발행일 2019-12-01 제 3172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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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북쪽이 마주보고 있는 접경지역은 서부에서 동부까지 250㎞에 이릅니다. 접경(接境)이란 경계가 접해 있다는 의미인데요. 쉽게 말하면 국경선 인근 지역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 등에 대한 단어에 매우 익숙해 있어서인지 부정적인 접경 개념이 강합니다. 양국 사이가 우호적이면 이 접경지역은 갈등보다는 교류가 활성화되지요. 그러나 양국 사이가 적대적이면 군사적 위기가 고조돼 접경지역은 개발이 될 수 없습니다. 군사시설들이 집중될 수밖에 없고, 전쟁위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사람과 기업이 모여들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낙후지역으로 변할 수밖에 없지요.

우리나라의 모든 접경지역이 이러한 상황에 오랫동안 직면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가까운 문산만 보더라도 경계가 막혀 있어 오랫동안 개발이 지연돼 있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모습은 북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개성지역이지만 북쪽 입장에서는 접경지역에 불과한 곳입니다. 사람에 대한 통제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남과 북에 비해 북쪽과 중국 사이의 접경지역은 양국 사이가 우호적이라 우리와 달리 교류가 활발합니다. 비무장지대나 군사분계선과 같이 갈등 개념이 내재돼 있기보다는 나라와 나라 사이라는 순수한 의미의 경계 개념만이 남습니다. 그리고 지역 상호 간 활발한 교류로 거대한 시장을 형성합니다. 그 결과로 상권이 발달합니다. 이러한 교류가 접경지역 간 의존도를 높입니다. 이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북쪽의 신의주와 중국의 단동입니다. 지금도 두 도시의 교류는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상호 노동력과 자본에 기대어 급격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장과 산업의 형성은 남북 국경의 5배 수준에 맞먹는 약 1400㎞에 걸쳐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리와 북쪽 사이 접경은 이에 비하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허리가 잘려 있다’는 표현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이 있습니다. 왜 우리의 접경은 막혀 있어 한 발짝도 진전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생각하면 점점 더 우리의 상황이 ‘섬 나라’에 가까워지는 듯합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해양으로의 진출은 유리하지만 바다라는 기회가 장애물이 될 수 있는 우리의 환경 속에서 바로 인접한 접경지역을 그냥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서로를 막는 장애물이 큰 이익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면 그 장애물을 뛰어넘거나 우회하는 방법들을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그러니 더 이상 서로 심판하지 맙시다. 오히려 형제 앞에 장애물이나 걸림돌을 놓지 않겠다고 결심하십시오”(로마 14,13)라는 성경 말씀처럼 남북이 장애물과 걸림돌을 치울 수 있었으면 합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