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평화와 복음화를 위한 교황의 발걸음

입력일 2019-11-26 수정일 2019-11-26 발행일 2019-12-01 제 3172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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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20일부터 26일까지 태국과 일본을 사목 방문했다. 교황은 이번 아시아 순방을 위해 일주일 동안 무려 2만5000㎞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며 최대 8시간의 시차를 극복해야 했다. 곧 83세가 되는 교황이 고령의 나이에도 이러한 강행군을 감행한 이유는 평화와 복음화라는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교황은 순방 내내 평화를 외쳤다. 태국에서는 불교 지도자를 만나 종교인들이 문화 교류를 통해 갈등을 줄이고 다름을 인정하며 평화를 이루는 ‘희망의 씨앗’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장본인이면서 핵무기 피해지인 일본에서는 전 세계를 향해 핵무기를 비롯한 군비확장 경쟁을 비판하고 대화에 기초한 평화를 촉구했다.

교황이 이번에 방문한 태국과 일본은 모두 인구 대비 가톨릭신자 수가 0.5% 미만으로 가톨릭교회의 교세가 미미하다. 교황은 태국에서 사제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톨릭 신앙이 외국인들을 위한 외국 종교로 인신되고 있어 마음이 아팠다”고 토로하며 태국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복음을 전파하는 토착화에 힘쓸 것을 요청했다. 일본에서도 교황은 2011년 발생한 지진과 쓰나미, 핵발전소 사고로 피해를 입은 가난한 이들을 위로하며 대화를 통한 복음화의 모범을 보였다.

교황 방문에 도쿄대교구장 기쿠치 이사오 대주교는 “비록 작은 공동체지만, 아시아의 형제자매와 함께 생명의 존엄을 지키고, 하느님의 치유와 희망의 복음을 전하겠다”고 약속했다. 교황이 노구를 이끌고 뿌린 평화와 복음화의 씨앗이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