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대림기획-빛을 기다립니다] (1) 중증장애인거주시설 - 둘다섯해누리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9-11-26 수정일 2019-11-27 발행일 2019-12-01 제 3172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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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다립니다… 주님 오시는 그날을
중증 지적·자폐성 장애인 80명 거주
2009년 개관해 올해 10주년 맞아
수영장·극장·카페 등 다양한 시설 갖춰

대림 시기가 시작됐다. 이 기간에 신앙인들은 주님 성탄 대축일을 준비하면서 다시 오실 구세주를 기다린다. 인간에 대한 사랑을 직접 보여주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실 아기 예수님을 깨어 기다리는 이 시간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그 가르침의 핵심인 사랑을 삶으로 실천하는 때이기도 하다. 대림시기를 맞아 다시 한 번 손을 내밀어 보듬고 관심 가져야 할 우리 주변의 이웃들을 알아본다.

2017년 12월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 인구는 255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5%를 차지한다. 6가구당 1가구인 셈이다. 그런데도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다.

2013년 11월부터 설립이 추진된 서울 강서구 서진학교는 장애인 학교를 지역에 세울 수 없다는 주민 반대 등으로 설립이 늦어졌다가 2017년 9월 주민설명회에서 장애 학생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학교 설립을 호소하면서 공사가 다시 시작됐다. 장애인이 다니는 학교가 혐오 시설이라고 인식해 설치를 반대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장애인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장애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장애 발생원인 중 후천적 요인은 73.3%다. 누구도 장애인이 될 가능성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성시 서신면에 위치한 둘다섯해누리(관장 이기수 신부)는 교구가 직접 운영하는 장애인 거주 시설이다. 10대에서부터 60대까지 중증 지적·자폐성 장애인 80명이 거주한다. 2009년 3월 개관 기념 봉헌식을 거행해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고 있다.

기관 명칭 둘다섯해누리의 ‘둘’은 ‘물고기 두 마리’를, 다섯은 ‘빵 다섯 개’ 의미다. 특히 ‘둘’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행복을 누리자’는 뜻을 드러낸다.

11월 22일 둘다섯해누리 시설 평화의모후 묵주기도단이 대림과 성탄시기를 준비하는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발달장애인 수는 22만여 명으로 집계된다. 그중 거주 시설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9%인 2만 명 정도다. 나머지 91%는 지역사회에서 생활한다.

그래서 대다수 장애인은 입소할 생활 시설을 찾을 수 없거나 생활 시설에 들어가도 기간이 만료되면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그 부모들은 ‘본인 사후에 우리 자녀를 누가 키우나’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

둘다섯해누리는 장애인과 장애인 부모의 그런 아픔을 보듬어주는 데서 설립의 싹을 틔웠다. 독일 장애인 복지 모범사례를 따른 시설은 두 가지를 중심 원칙으로 지어졌다. 장애인 자녀를 시설에 맡기는 부모들이 ‘우리 집보다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 환경과 ‘선진국에도 없는 것’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취지에 걸맞게 시설은 수영장, 체육관, 극장, 목공실, 미로공원, 원예실, 체력단련실, 치료실, 산책로 등 장애를 가진 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으면서도 사회에서와 같은 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그중에서도 ‘둘다섯 극장’과 ‘해누리 카페’가 눈에 띈다. 80석 규모 극장은 영화 상영뿐 아니라 공연, 회의 등을 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지역 주민과 직원,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열린 자리다. 해누리 카페는 거주 장애인들이 만든 커피와 차가 판매돼 장애인들이 판매·구매 활동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사회생활 체험의 장 역할도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행복을 누리는 가치를 보이는 대표적인 장소가 아닐 수 없다.

현재 둘다섯해누리는 보다 많은 장애인과 함께하기 위해 총 32명의 발달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그룹홈 ‘별빛누리’를 건립해 내년 4월 축복식을 앞두고 있다.

지난 11월 22일 오전 10시30분 관리동 2층 성당에서는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를 위한 감사미사가 봉헌됐다. 둘다섯해누리는 매주 금요일과 주일에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를 위한 미사를 거행한다. 이 미사에는 율동과 노래가 있다. 모두 함께 밝게 노래하고 율동에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미사 후에는 ‘평화의 모후’ 묵주기도단이 성모상을 모셔놓고 대림과 성탄 시기를 준비하는 묵주기도를 바쳤다. 10여 명의 거주 장애인으로 구성된 묵주기도단은 1년 넘게 매주 금요일 함께 모여 기도를 바치고 있다.

이들의 기도 속에는 어떤 바람이 녹아 있을까. 미사 반주도 맡고 있는 고인혜(엘리사벳·35)씨는 지적장애를 갖고 있다. 그는 “아기 예수님이 오셔서 기쁜 일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했다. 부모님과 자신의 건강, 언니 가정의 평화도 기원했다. 모두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바람이었다.

이기수 신부는 “예수님은 세상에서 가장 소외되고 낮은 이를 위해 오셨다”며 “사회 안에서 여전히 약자인 장애인에 대해 개인과 본당 차원에서 관심을 두고 지역 안에서 돌보고 나누는 손길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후원 문의 031-357-1945 둘다섯해누리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