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거장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프란치스코 교황…’ 개봉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19-11-19 수정일 2019-11-20 발행일 2019-11-24 제 3171호 20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극장에서 듣는 교황님의 말씀
교황청 방송국 촬영 영상
감독에게 제공… 다큐 제작
‘선한 세상’ 위한 메시지 담겨

홍보대행사 필앤플랜 제공

화려한 바티칸 궁을 마다하고 소박한 방 한 칸을 선택한 사람

고급 리무진 대신 소형 승용차에 올라 손인사를 전하는 사람

축구에 열광하고 탱고를 즐기며 유머를 사랑하는 사람

이웃의 작은 고민을 제 일처럼 마음 쓰고 공감하는 사람

그의 이름은 프란치스코, 온 세계의 친구 교황입니다.

‘교황을 다룬 영화가 아닌, 교황과 함께 만든 영화’인 ‘프란치스코 교황–맨 오브 히스 워드’(Pope Francis–A Man of His Word, 이하 ‘프란치스코’)가 11월 21일 개봉했다.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1987), ‘파리 텍사스’(1984) 등을 만든 감독으로 칸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 등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하고 아카데미상 후보에 세 차례나 오른 거장 빔 벤더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맨 오브 히스 워드’란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 언행이 일치하는 사람을 뜻한다. 영화 ‘프란치스코’는 온갖 거짓말과 가짜 뉴스가 판치는 지금 시대에 언행일치의 삶을 살면서 인종, 국적, 종교와 문화를 초월해 전 세계인의 믿음과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리더이자 친구로서의 교황을 보여 준다.

2013년 말, 빔 벤더스 감독의 독일 베를린 사무실에 바티칸시국 소인이 찍힌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편지의 제안은 놀라웠다. 교황청 방송국에서 촬영한 방대한 영상자료를 무제한으로 열람할 수 있게 해 줄테니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교황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달라는 것이었다. 최종 편집권도 감독의 손에 주어졌다.

“나 혼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영화를 만들어 볼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난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으로 선출된 날부터 관심이 있었다. 그분이 프란치스코란 이름을 골랐다는 사실에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성 프란치스코가 인류 최고의 영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토록 놀랍고 용감한 분 가까이에서 영화를 찍어도 좋다는 제안은 마치 선물처럼 느껴졌다.” 벤더스 감독의 고백이다.

이 영화는 그리스도교 신자만을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 또한 전형적인 전기 영화도 아니다.

영화 ‘프란치스코’는 오늘날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무거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특히 ‘80억 명에 달하는 세계 인구 중 많은 이들이 여전히 가난과 분쟁에 시달리는 이 시점에 우리는 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화두로 삼고 있다.

또한 영화는 소수자를 포함한 모두를 하나로 포용해야 한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래서 벤더스 감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프란치스코’는 단순히 그리스도교 관객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다. 그리스도교 신자가 아닌 사람도 이 영화를 꼭 봐야 한다. 그러면 우리가 갖고 있는 특정한 편견이나 오해들이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황은 모두를 두 팔 벌려 환영한다. 무신론자, 이슬람교도, 불교도를 가리지 않고 이 세상에는 선한 마음으로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그들 모두가 이 영화에서 뭔가 가치 있는 메시지를 얻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체 관람가. 상영시간 96분.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