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주님 보시니 좋았다] (11) ‘평화의 섬’ 제주를 위협하는 제주 제2공항

녹색연합 정규석 협동사무처장
입력일 2019-11-12 수정일 2019-11-12 발행일 2019-11-17 제 3170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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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 타당성 부적합… ‘제2의 4대강’ 되풀이 돼선 안 돼
조류와의 충돌 문제 미검토
지질 특성 고려하지 않은 조사
국토부 조사 자체에 결함 많아

“환경영향평가는 처음부터 이루어져야 하며 학제적 방식으로 투명하며 모든 경제적 정치적 압력에서 벗어나 시행되어야 합니다…다양한 관점과 해결책과 대안들을 제시할 수 있는 사회 관계자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늘 필요합니다. 토론에서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특별히 존중되어야 합니다.” (「찬미받으소서」 183항)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전국행동이 11월 7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출범식과 함께 제주 제2공항 백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목포에서 남쪽으로 142㎞, 서울에서 비행기로 1시간 거리, ‘평화의 섬’ 제주를 지키자며 곡기를 끊은 사람들이 있다. 제주도청이 있는 제주에서, 환경부가 있는 세종에서, 청와대가 있는 서울에서 제각각 단식을 이어간다. 제주 성산지역 수산리, 난산리, 신산리, 온평리에는 지역민들의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져 있고, 제주지역 시민사회가 총망라된 제주비상도민회의가 천막농성을 벌인 지도 오래다. 그리고 이젠 전국 300개 시민사회단체가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전국행동’을 결성했다. 연대와 저항의 확산이다.

2015년 국토교통부는 제주 제2공항 성산 입지를 발표했다. 주민설명회와 공청회는 파행됐다. 국토부가 근거로 든 사전타당성 조사의 항공 수요와 비용 편익이 심각하게 부풀려져 있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제2공항 타당성 재조사 용역 검토위원회’를 시작했지만 이마저도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결함이 분명함에도 국토부의 제주 제2공항 사업은 꿈쩍없이 추진 중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토부가 마치 전대미문의 부정부패 토목사업인 4대강 사업을 강행했던 이명박 정부의 국토부와 겹치는 대목이다.

현재 ‘제주 제2공항 사업’은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다. 지난 10월 30일, 국토부가 환경부에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 대한 KEI(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검토의견이 공개됐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KEI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등 환경영향평가 전반을 검토하는 주요기관으로 환경부는 KEI 의견을 위중하고 주효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10월 31일, 환경부는 국토부에 보완의견을 보냈다. KEI의 검토의견은 국토부가 벌이는 제주 제2공항 사업의 적나라한 일면을 충분히 짐작게 한다. KEI가 지적한 내용은 크게 다음과 같다.

▲계획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 생물다양성을 고려했을 때 계획이 부적절하고, 항공기-조류 충돌 문제를 검토하지 않았다. 항공기 소음 영향을 고려한 대안 비교·검토도 마찬가지다. 기존 제주공항 확장과 복수의 다른 입지 대안 등 추가 대안을 포함한 비교·검토로 최적 안을 선정해야 함에도 국토부는 이를 시행하지 않았다.

▲입지 타당성 조사도 부적절하다. 지질 특성상 광범위한 정밀조사가 필요함에도 제한적이고 편의적인 조사만을 했다는 것이다. 주민 수용성을 고려한 갈등관리 방안도 전무하다. 국토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가 강제하는 입지 타당성 검토를 애당초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고, 공항 건설에 따른 기본조사 자체를 무시했으며, 무엇보다 다른 대안은 철저히 무시하고 오로지 특정 지역의 새로운 공항만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심각한 것은 KEI가 이미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해 이번 본안의 검토의견과 똑같은 의견을 줬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KEI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상태로 본안을 한 달 만에 다시 접수했다. KEI 의견은 그리고 환경부의 의견은 국토부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태도다.

다음은 무엇일까. 전략환경영향평가는 마무리될 것이다. 환경부가 어떤 조건을 걸어 동의하거나 아니면 동의하지 않거나. 제주를 두고 벌이는 정부의 선택은 아마도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을 판단하는 마지막 잣대가 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강정에 이어 성산에서 골리앗과 싸움을 이어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녹색연합 정규석 협동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