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빛을 심는 사람들] <81> 성서교육의 기수 김제원씨

입력일 2019-11-07 수정일 2019-11-07 발행일 1988-12-25 제 1636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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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환자정착촌 직접 방문해 성서 가르쳐

“소외된 청소년들에게도 성서 가르칠 터”
「성경 이해의 길잡이ⅠㆍⅡ」저술하기도
내년이면 66세가 되는 김제원씨는 귓가에서 드문드문 새치가 눈을 띨뿐 그 나이가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홍안의 소년 같은 인상이다.

45세를 기점으로 삶의 지향이 완전히 바뀐 후로는 김제원씨의 얼굴을 늘 그렇게 밝았다.

「이 세상이 참 행복은 성서 안에 있다」는 신념아래 20년간을 성서공부 확산에 전력을 바쳐온 김제원(바오로ㆍ구로3동본당)씨.

김제원씨는 교회 안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성서분야의 베테랑으로 현재 본당은 물론 나사업가연합회ㆍ맹인선교회에서 성서공부를 가르치고 있고 그간「성경이 해의길잡이ⅠㆍⅡ」를 펴내는 등 맹열한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김제원씨가 완전히 하느님품안으로 투신한 것은 45세 때인 20년 전이지만 성서와 인연은 그보다 7년을 더 거슬러 올라간다.

경찰에 근무하던 중 우연히 성서를 접하게 된 김제원씨는 한번 두번 계속해 성서를 읽으면서 그「오묘한 말씀」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고 이것은 철저하게 자신의 삶에서 옥석(玉石)을 가리는 6년간의 예비자 생활로 이어졌다.

1천여권의 종교서적을 닥치는대로 읽고 통신교리를 들으면서 각 교파마다 찾아 헤매기를 7년. 마침내 1967년 장면박사가 번역한「교부들의 신앙」을 읽고 가톨릭신자가 되기로 결심, 세례를 받았다.

김제원씨는『직업상 늘 만나게 되는 범죄자들ㆍ보통사람들은 환락적인 삶을 보면서 품게 된 삶의 근원에 대한 질문이 성경을 통해 해답을 얻게된것 같다』면서『어느 순간 모든 것이「헛되고 헛되다」고 잠언서의 말씀이 강하게 들어왔고 주저 없이 그분께로 뛰어들 수 있었다』고 그 당시의 심경을 밝혔다.

본당에서 2년간 무보수로 성서를 지도하면서「성서는 예수의 삶이고 그분의 삶은 소외당한 이들 안에 있다」는 사실을 강하게 감지했고 그때부터 교도소 재소자ㆍ나환자ㆍ결핵환자ㆍ맹인 등 그늘 속에 사는 이들에게 성서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고창ㆍ원주의 나환자 정책촌을 직접 찾아가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성서를 가르쳤고 이들에게 완벽한 성서공부를 시키기 위해 이들 단체를 지원하는 후원회원들을 모아 성서를 가르치고 있다.

이런 현지 경험으로 김제원씨는 성서공부는『정과 정이 오고가는 사랑 안에서 결실을 볼 수있다 』는 평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김제원씨는『나혼자들과 한방에서 삶을 나누면서 은연중에 성서안의 말씀이 살아오는 것을 느꼈다』면서『이런 교감을 바탕으로 방황하며 절망하던 이들이 하나 둘씩 자신의 삶을 제대로 찾아가는 변화를 보일 때가 뛸 듯이 기뻤다』고 보람 있는 순간을 털어 놓았다.

성서가 가톨릭 신앙의 근본이라는 김제원씨 확신은 현재 한국 교회의 모습과 평신도들의 생활에 이르자 한층 높은 목소리 고조된다.

『모든 가톨릭 신앙은 성서가 바탕되지 않을 때 그냥 속화되기가 쉽습니다. 우리 교회의 소명이「사회의 복음화」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어떤 면에서는「교회의 사회화」만이 일방적으로 추구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앞으로 남은 꿈은 하느님이 길을 열어주신다면 사랑에 굶주리고 의지할 곳이 없어 떠도는 소외된 청소년들에게 성서를 가르치는 것.

불우 청소년에게 진리의 말씀을 전하는 것은 다년간성서봉사와 성령쇄신ㆍ꾸르실료 활동을 통해 다져온 그의 신앙전부를 다시 한 번 쇄신해 보려는 그의 의지이기도하다.

김제원씨는 30년을 읽어온 성서의 정의를 묻는 질문에「행복의 원천」이라고 주저 없이 대답하면서『요즘 5공비리 청문회를 보고 있으면 45살 때 하느님 품으로 뛰어든 나의 삶이 새삼 잘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