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37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간 ‘루한의 성모상’

입력일 2019-11-05 수정일 2019-11-05 발행일 2019-11-10 제 3169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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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아르헨티나 군종교구장 포클랜드 전쟁 화해의 표시로 성 베드로 광장서 성모상 교환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30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아르헨티나 군종교구장 산티아고 올리베라 주교(맨 왼쪽)와 영국 군종교구장 폴 메이슨 주교가 들고 있는 성모상을 보고 있다. 두 주교는 이날 영국군이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당시 약탈한 루한의 성모상 복제본을 서로 교환했다. CNS

【외신종합】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군종교구장들이 37년 전 벌어진 포클랜드 전쟁에 대한 화해의 표시로 성모상을 교환했다.

1982년 4월 아르헨티나군은 남대서양에 있는 영국령 포클랜드 제도를 침공할 때, 아르헨티나 수호성인인 루한의 성모상을 가지고 왔다. 석 달 뒤 전쟁에서 승리한 영국군은 아르헨티나군이 퇴각하면서 한 성당에 버리고 간 성모상을 영국으로 가져왔다. 포클랜드에서 가져온 루한의 성모상은 런던 남서부 올더숏에 있는 성 미카엘과 성 조지 대성당에 안치됐고, 최근까지 이 성당에서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영국 군종교구장 폴 메이슨 주교는 10월 30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프란치스 교황의 일반알현 뒤에 아르헨티나 군종교구장 산티아고 올리베라 주교에게 성모상을 반환했다. 이에 올리베라 주교는 올더숏 대성당에 성모상을 대신해 안치할 복제 성모상을 건넸다.

메이슨 주교는 성모상 교환식에서 “처음 군종교구장이 됐을 때 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자마자 성모상을 반환해 정치적으로 분열된 두 나라를 신앙으로 일치시킬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연안에서 480㎞ 떨어진 포클랜드 제도에 대한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분쟁은 19세기부터 시작됐다. 1833년 이래 포클랜드 제도를 실효지배하고 있는 영국은 아르헨티나의 이 제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일축했다. 1982년 아르헨티나군이 포클랜드 제도를 침공해, 양측 907명이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