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말씀을 담고 살아가는 사람들 / 최옥인

최옥인rn(엘리사벳·제2대리구 인덕원본당)
입력일 2019-11-05 수정일 2019-11-05 발행일 2019-11-10 제 3169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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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본당에 파견되어 창세기부터 요한 묵시록까지 6년간 성경 공부를 하였습니다. 구약 3년을 마치고 신약을 공부할 때는 매 학기 해당 과목에서 10개 말씀을 뽑아 수강자 전원이 암송하곤 했습니다.

마태오·마르코·루카복음을 마치고 요한복음을 공부할 때 일입니다. 개강 첫날, 교육과정을 안내하면서 “복음 말씀 10구절 암송하고, 요한복음을 50번 읽어 말씀을 가슴에 담고 마음에 새기자”고 하였습니다.

한 학기를 마치고 확인해 보니, ‘50번에서 1번 읽는 중’까지 등 다양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기대 이하였지만 상당수의 분이 10회 이상 읽으셨고, 교재 내용에 대해 이제야 비로소 이해가 되신다는 분, 신부님 강론 말씀이 쏙쏙 들어온다는 분들이 계셔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성경 공부와 더불어 신구약 통독을 연 2회 권유하고, 암송도 가끔 받아쓰기 시험을 통해 공부하시는 분들의 마음에 새겨지도록 하였더니 수강자 수가 160여 분이나 되어 자리가 부족해졌습니다. 책상 10개 의자 30개 정도를 옆 교실에서 가져와야 했습니다. 이 일은 어르신들을 제외하고 조별로 돌아가면서 30분 일찍 와 준비하였는데 개인 사정으로 빠지는 분도 계셨지만, 당번이 아닌데도 꾸준히 나오셔서 동참해 주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특히 봉사자분들은 오전 6시에 오셔서 지상 2층에서 물을 받아 지하 3층 소성당으로 가져와 오전 11시쯤엔 모두가 따뜻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6년을 수고해 주셨습니다. 자율적으로 6~7명의 소그룹을 만들어 성경통독도 하고 교구 경시대회 때는 팀의 주축이 되어 준우승까지 하였습니다.

어르신들께는 젊은 분들의 양보로 앞자리에 고정석을 배정해 드렸고, 그 분들께서는 종강 때 떡을 해 오시어 감사와 기쁨의 한 학기 마침 자리가 되도록 해 주셨습니다.

모두가 사랑이었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주님 말씀을 배우며 읽고 암송하는 사람들의 사랑과 배려는 말씀의 향기가 되어 주님께는 찬미와 감사, 이웃에게는 사랑과 격려가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께 피어오르는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2코린 2,15)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최옥인rn(엘리사벳·제2대리구 인덕원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