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빛을 심는 사람들] <80> 전교 일꾼 차용길씨

최창우 기자
입력일 2019-11-05 수정일 2019-11-05 발행일 1988-12-18 제 1635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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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빈민들에게 채소류ㆍ김장 공급해줘

11년간 매일 4시간씩 성서 읽고 기도생활 지속
풍부한 성서지식으로 냉담자 회두시켜

차용길(바오로ㆍ48ㆍ수원교구 조암본당)씨는 땅 한편 소유자지 못한 농민이지만 매년 도시빈민들의 생계를 돕고 있다.

차씨는 금년 가을 배추 4천포기와 무우 2천여개로 김장하여 포장까지 한 후 서울의 빈민가에 전달했다. 이 대규모의 김장을 하는데는 4일간 연 2백여명의 본당신자들이 참여,남녀가 공동으로 작업을 펼쳐야했다.

이와는 별도로 차씨는 배추 3천포기를 서울의 변두리지역 본당에 전달,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했다.

차씨가 이 채소들을 농사지은 땅은 차씨 문증의 소유.

차씨 자신은(주소ㆍ경기도화성군장안면 수촌2리 산6~1)하느님께 10일조를 바친다고 하지만,어림잡아 계산해도 연소득의 50%정도를 자신보다 가난한 이들에게 내놓고 있다.

차씨는 지난해에도 배추 2천5백포기와 무우1천개로 김장하여,서울 사랑의 선교회를 비롯 용산시장ㆍ영등포역 뒤의 무료식당과 상계동 도시빈민들에게 전달했다.

차씨는『우리 농민들은 가난하다해도 농촌의 생산물로 김장을 하지만,김장조차 못하는 도시빈민이 너무나 많기에……』라면서 김장을 전달하는 일의 취지를 밝히지만,실상 차씨가 보내는 채소 중에는 차씨의 부부가 남의 밭에서 품 팔아서 얻은 것도 상당하게 포함돼있다.

자신도 어려운 처지인 차씨가 자신보다 더 어려운이를 찾아 나서게 된 것은 성서를 읽고 묵상하는 기도생활 때문이라고 동네 사람들은 말한다.

74년부터 성당에 다니기 시작한 차씨는 11년째 매일 새벽4시부터 8시까지 4시간동안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있다.

그의 신구약 합본성경은 너덜너덜 다 떨어져 나가 책의 모양을 갖추지도 못했고 새로 구입한 성경 또한 책갈피마다 새까맣게 손때가 묻어 있었으며,책 속에는 관련 성귀들과 묵상 때 떠오른 생각들이 붉고 푸른 색깔의 글씨로 촘촘히 적혀 있었다.

『성경의 세계는 금강산풍경보다 더 수려합니다. 얼마나 넓고 얼마나 깊고 얼마나 아름다운지…

우리 인생의 무궁무진한 비밀과 그에 대한 해답들이 단순하면서도 심오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11년 동안 매일 새벽부터 4시간동안 성경을 읽고,읽은 것을 묵상하면서 실천해 온 차씨의 말이다.

차씨는 혼자 성경을 읽다가 풀리지 않는 의문들을 해결하고자 서울 혜화동의 통신 교리부ㆍ성서 40주간 등의 과정을 각각 1년간씩 공부,수료하기도 했다.

차씨가 사는 마을인 수촌2리 사람들은 차씨의 모든 생활은 하느님의 뜻에 따른 행동이라고 귀뜸하면서 마을 내에서 뿐 아니라 지역사회 내에서 성경지식은 신부님을 제외하고는 차씨가 제일 깊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학력이라고는 중졸에 지나지 않지만 차시가 찾아 나서면 냉담자들도 쉽게 귀의했다.

최근 2~3년 동안 이 마을의 냉담자 50여명이 차씨의 방문으로 다시 회두,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차씨는 현재 본당에서 성령쇄신봉사회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슬하에 간호전문대학에 다니는 딸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등 1남1녀가 있다.

최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