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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한국가톨릭학술상] 번역상 / 안소근 수녀, 신정훈·최대환 신부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9-10-29 수정일 2019-10-30 발행일 2019-11-03 제 3168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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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공부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참고도서 되길”
안 수녀가 2년간 초벌 번역한 원고 토대로
세 사람 함께 모여 3년 반에 걸쳐 수정
교회 문헌이기에 원문 충실히 살려 공역 완성

최대환 신부, 안소근 수녀, 신정훈 신부.(왼쪽부터)

“하인리히 덴칭거의 「신경, 신앙과 도덕에 관한 규정·선언 편람」(이하 「신경 편람」)과 함께 이 책이 신학을 공부하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안소근 수녀·최대환 신부·신정훈 신부가 공역한 「그리스도교 신앙」은 신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사전격인 책이다. 「신경 편람」이 교리를 담은 교회 문헌을 시대 순으로 정리했다면, 「그리스도교 신앙」은 교회 문헌을 주제별로 묶었다. 또 각 주제마다 전문가들의 해설이 붙어있어 신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신경 편람」보다도 유용한 참고서다.

“무엇보다도 공동으로 번역하는 작업에 좋은 사례를 전할 수 있다는 점에 그 가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번역 작업을 하며 보낸 시간들이 참 좋았습니다.”

이번 「그리스도교 신앙」의 번역은 전체의 통일성이 돋보인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실 번역문은 원문과 동일한 글이 될 수 없다. 언어가 각 언어권의 환경, 문화, 역사 등을 깊이 반영하고 있는 만큼, 번역자마다 생각하는 원문의 의도와 우리말에서의 표현방식에 따라 번역문이 달라진다. 그래서 공역은 어려운 작업이다. 의견 차이를 좁히기 어려워 각자 부분적으로 작업해 글 전체가 통일되지 않은 채 출간되거나, 결국 번역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세 사람은 책 전체를 함께 번역해나갔다. 안 수녀가 2년에 걸쳐 초벌 번역한 번역문을 3년 반에 걸쳐 세 사람이 매주 모여 윤독하며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그때마다 서로 작업해온 결과물을 비교하고, 또 의견의 차이는 토론을 통해 조율했다. 1000쪽이 넘는 책의 번역은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이렇게 진정한 의미의 공역을 완성해냈다.

“교회 문헌으로 신앙과 교리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한 글자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지 않도록 조심했어요. 오류가 생기지 않도록 많은 공이 들어갔습니다.”

무엇보다 교회 문헌이기 때문에 어려웠다. 교회 문헌들이 교리적인 옳고 그름, 이단에 대한 문제를 많이 다루고 있기 때문에 미세한 차이로도 그 해석이 전혀 달라질 수 있었다. 원서 자체는 영문이었지만,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번역과 대조했고, 번역 간에 차이가 크거나 미묘한 것은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확인해 교회 문헌의 의미를 살렸다. 기존에 다른 책이나 출판물에서 번역됐던 것도 책 전체의 일관성에 맞춰 새롭게 번역하기도 했다. 세 사람은 “교회 문헌이라는 특성상 최대한 원문의 의미에 충실한 번역을 선택했다”면서 “그 결과 우리말 문장이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 최대환 신부는…

의정부교구 소속 사제로 1998년 사제품을 받고 독일 뮌헨 예수회 철학대학에서 수학했다. 의정부교구 정발산본당 주임 사제를 역임하고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신학원 상주 사제로 철학 과목의 강의와 신학생 양성을 담당했다. 현재 신학교 이원화 이후 대신학교에 소속돼 지성교육담당자 및 의정부교구 신학생 지도를 맡고 있다.

- 안소근 수녀는…

성 도미니코 선교수녀회 수녀로, 교황청 성서 대학에서 성서학을 전공했다. 가톨릭교리신학원 신학연구실을 맡고 있으며 대전가톨릭대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 신정훈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 사제로 2001년에 사제품을 받았으며, 뮌헨대학교에서 교의신학을 전공했다.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주교회의 교회일치 및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신학 주석」 시리즈(2015~) 등을 번역했다.

■ 「그리스도교 신앙」

번역상 수상작 「그리스도교 신앙」

이 책은 여러 세기 동안 교회가 보편적인 권위로 선포한 그리스도교의 핵심 문헌들을 주요한 신학 주제별로 모아 엮은 교리 문헌 모음집이다.

주제에는 신경과 신앙 고백문부터 교회의 다양한 가르침, 성사, 은총의 생활, 사회교리, 생명존중 등 그리스도교 신앙의 근본이 되는 가르침부터 오늘날에 중요하게 부각되는 주제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의 현대문헌들도 포함돼 있다. 각 문헌마다 문헌에 대한 설명이 충실히 실려 있어 이 문헌이 어떠한 의의와 가치를 지니는지를 알 수 있다.

또 연대순 문헌 목록을 비롯해, 성경 색인, 어휘 및 인명 색인, 덴칭거의 「신경, 신앙과 도덕에 관한 규정·선언 편람」 대조표를 통해 신학을 공부하는 이들이 관심 있는 주제에 관해 편리하게 교리 문헌을 찾을 수 있게 돕는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