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신부전증과 각종 부작용에 두 다리 잃은 손성은씨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19-10-29 수정일 2019-10-29 발행일 2019-11-03 제 3168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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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밥 먹고 화장실만 갈 수 있다면…”
만성신부전증 진단 받고 10년간 복막투석 치료해오다
작년 저혈압으로 쓰러진 뒤 약물 부작용에 손발 괴사
늘어나는 병원비에 월세도 못 내고 빚더미 올라앉아

남편 송기원씨가 두 다리와 왼쪽 네 손가락을 절단한 아내 손성은씨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

“혼자 밥 먹고 화장실 갈 수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신부전증을 시작으로 여러 합병증에 시달리다 두 다리와 왼쪽 네 손가락을 절단한 손성은(베아타·50·의정부교구 파주 갈곡리본당)씨의 바람이다.

2004년 35살에 결혼한 손씨는 그해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임신을 했다. 하지만 이내 유산했다. 병명은 임신중독증. 아픔을 겪었지만, 회사도 다니고 당시 서울 노원본당에서 전례단 등 봉사활동도 하며 잘 이겨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09년 몸에 갑자기 힘이 빠져 병원을 찾았다. 그때 만성신부전증 3기 진단을 받았고, 복막투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치료와 본당 활동에 매진했다. 그렇게 10년간 투석을 하며, 남편 송기원(레오·51)씨와 함께 힘들지만 견뎌내고 있었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지난해 11월 몸살기가 심해져 병원을 찾은 손씨는 남편 송씨가 필요한 서류를 가지러 집에 간 사이 저혈압쇼크가 와서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순식간에 모든 일이 일어났다. 인공호흡기를 달고 심장박동기까지 동원됐다. 자가 호흡을 할 수 없어 두 달간 수면상태를 유지하며 인공호흡 시술을 진행했다. 결국 기관지 절개 수술도 받았다.

수술 후 심장이 잘 뛰지 않아 혈압 상승제를 복용했다. 송씨는 우선 살려야 한다는 마음에 복용을 결정했지만, 혈압 상승제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결국 말초신경 혈관을 막아버리는 혈압 상승제 과다복용 부작용으로 손발이 괴사돼 지난 4월 두 다리와 왼쪽 엄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을 절단했다.

손씨는 두 다리와 왼쪽 네 손가락이 절단된 사실을 의식이 돌아온 후에야 알게 됐다. 갑작스럽게 닥친 모든 상황을 손씨가 감당하기는 쉽지 않았고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손씨는 혼자가 아니었다. 이 과정을 처음부터 함께 겪은 남편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자녀 없이 오로지 서로에게 의지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부부는 자신보다 상대방을 더 걱정한다. 송씨는 “지금까지는 치료를 받았지만, 재활은 본인의 의지가 훨씬 중요하다”며 “의족을 차고 걸을 수 있을 때까지 잘 버티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손씨는 “남편의 손을 조금이라도 거들 수 있게 혼자 밥 먹고 화장실에 갈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다”고 밝혔다.

급한 불을 껐다고 해야 할까. 여러 수술과 시술을 받고 지난 7월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재활치료에 들어갈 예정이다. 조금씩 좋아지고는 있지만 이를 위해 들어간 비용도 적지 않다. 3억 원 가까운 치료비용이 들었다. 기계 조립을 하며 월 200만 원 남짓 버는 송씨가 감당할 수 있는 돈이 아니다. 국가와 시에서 지원 받고 빚에 빚을 져서 겨우 메꿨다. 빚은 이미 2009년 투석을 시작할 때부터 생겼다. 또한 송씨는 직장을 다녀야 하기 때문에 개인 간병인을 고용해 도움 받고 있다. 현재 월세도 못 내고 있는 형편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로지 아내를 위해 사는 송씨지만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꿈이 생겼다. 송씨는 “나라의 지원과 주변의 도움이 있었기에 지금껏 버틸 수 있었다”며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치료과정에 있는 환자와 가족을 위한 지침서를 언젠가 꼭 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아내의 병고를 지켜보며 지금껏 저의 인간관계와 과오 등 살아온 인생을 압축해서 본 것 같다”면서 “더 열심히 살라는 하느님의 메시지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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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기간:

2019년 10월 30일(수)~11월 19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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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00-8090 가톨릭신문사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