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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교구 ‘사람과 사람들’ 모임, 짜장면 나누며 아름다운 기부 실천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9-10-29 수정일 2019-10-29 발행일 2019-11-03 제 3168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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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랑면  한 그릇 더 주세요~
명촌·수정·초량본당과 함께 ‘짜나모’ 이어가며 기금 모아
저소득층 청소년·청년 지원
부산진역 광장에서도 활동
“교회 안팎에 나눔 확산되길”

10월 27일 울산 명촌성당에서 이어진 짜장면 나눔 모임에서 ‘사람과 사람들’ 대표 한협(맨 왼쪽)씨가 본당 주임 조성제 신부(맨 오른쪽)를 비롯한 신자들에게 짜장면을 담아주고 있다.

교중미사를 마치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만남의 방으로 모여든다. 고소한 짜장 냄새, 저마다 짜장면 한 그릇씩 들고 삼삼오오 모여앉아 담소를 이어간다.

“짜장면 한 그릇 배부르게 먹었을 뿐인데, 제가 정부 지원조차 못 받는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비를 보태고 있다는군요.” 부산교구 울산 명촌본당(주임 조성제 신부) 신자들이 이구동성 말한다.

10월 27일 주일 명촌성당에서는 격월로 진행하는 ‘짜나모’(짜장면을 나누는 모임)가 펼쳐졌다. 짝수 달 넷째 주일이면 어김없이 신자들의 두레상을 마련해주는 주인공은 ‘아름다운 기부를 위한 모임’을 실천하는 ‘사람과 사람들’(대표 한협)이다.

‘사람과 사람들’은 울산 명촌본당을 비롯해 부산 수정과 초량본당 공동체와 함께 ‘짜나모’를 이어가고 있다. ‘짜나모’는 ‘사람과 사람들’이 본당 신자들을 위해 짜장면을 제공하고, 신자들은 한 그릇당 3000원씩 기금을 내 저소득층 청소년·청년들의 학비를 지원하는 방식의 나눔 행사다.

한협(그레고리오·부산 대연본당)씨는 12년째 ‘사람과 사람들’을 이끌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나눔이 교회 안팎에 확산되도록 힘쓰고 있다.

한씨는 군 제대 직전 시작한 장애인 공동체 봉사를 계기로, 교구 농아선교회를 찾아가 수화를 배우며 열정적으로 봉사활동에 나섰다. 하지만 혼인과 양육 등이 이어지면서 대외적인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래도 이웃을 향한 사랑을 멈추지 말자는 생각에, 본당 또래들과 한 달에 1만 원씩 모아 이웃을 돕는 기부 모임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사람과 사람들’ 시작 당시 회원은 단 2명이었다. 보다 많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기부에 참여하도록 돕는 방식에 대해 고민했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바로 짜장면 나눔이었다. 이어 회원은 친구에게, 그 친구는 다른 지인에게, 그렇게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면서 회원 수도 70여 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조성제 신부와 뜻을 같이 해 각 본당 공동체를 위한 짜장면 나눔을 하면서 장학금 지원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신자들은 어딘가를 찾아가지 않고 성당에 앉아서 짜장면을 먹으며 부담 없이 기부를 할 수 있고, ‘사람과 사람들’은 꾸준히 기부금을 모아 장학금으로 전달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본당 차원에서도 주일은 물론 각종 행사 등에서 식사봉사를 하는 부담을 덜고 친교시간을 마련할 수 있어 그야말로 일석삼조라고 말한다.

‘사람과 사람들’은 수정본당 관할 내에 자리한 부산진역 광장에서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 짜장면 나눔 활동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매주일 역 광장에서 무료급식 봉사를 하는 교구 카리타스 회원들의 노고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활동이었다. 주요 활동으로 군 장병들을 위한 무료 짜장면 나눔도 빼놓을 수 없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학비 지원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열 명이, 백 명이 함께 한 사람을 살리는 것은 보다 쉽죠.”

한씨의 말이다. 그래서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기부’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한다.

짜장면 재료비가 올라도, 기부금이 줄어들어도, ‘사람과 사람들’의 봉사 발걸음은 멈출 줄 모른다.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한 마디면 봉사를 지속할 힘이 절로 생긴다고 한다. 현재 한씨의 바람은 한 가지. 앞으로 좀 더 많은 회원들, 특히 청년들이 동참해 보다 많은 본당에서 짜장면 나눔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