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의 예언이 실현된 ‘라자로의 소생’ 생동감 있게 묘사 6세기 추정 ‘로사노 복음서’ 권두화 아래는 구약 예언자와 성경 내용 위는 신약 예수님의 소생 기적 그려 구약이 신약으로 완성됨을 반영
인쇄술 발달 이전의 기록문서는 소나 양, 새끼 염소의 가죽으로 만든 양피지 위에 직접 손으로 쓴 필사본이다. 교회사에서 중요한 유물 가운데 하나는 성경에 각종 그림 삽화를 넣어 만든 성경 필사본이다.
필사본에 그려진 삽화는 본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장식적 효과도 얻을 수 있게 한다. 주로 복음서, 창세기, 미사경본 그리고 의학서적 등에 사용됐고, 특히 하느님 말씀을 전달하는 중요한 매체로 인식돼 화려하게 장식했다. 다만 필사본 제작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한 권의 성경을 필사하고 제작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따라서 필사본 표지는 이탈리아 몬자대성당의 보물실에 소장돼 있는 테오돌린다 복음서의 표지처럼 금판에 보석이나 칠보장식, 상아 조각판을 사용했다.라자로의 소생 장면에는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예수와 라자로를 비롯해 그의 제자들, 다른 목격자들(군중), 마리아와 마르타가 있다. 작품에는 사건 전후가 매우 생동감 넘치게 묘사돼 있다. 작품 왼쪽에 있는 제자들은 그리스 복장으로 긴 튜닉에 각기 다른 히마티온을 걸치고 샌들을 신고 있다. 특히 흰 머리에 흰 수염을 가진 나이 든 모습의 시몬 베드로와 그의 어깨 뒤로 안드레아는 상당히 특색 있게 표현돼 있다. 예수를 따라나선 제자들은 스승을 바라보며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몹시 궁금해 하는 모습이다.
제자들 앞쪽에 후광을 두르고 수염이 난 예수는 황금빛 그리스 히마티온과 갈색의 긴 튜닉을 입고 있다. 예수는 긴박감 넘치게 발걸음을 옮기는 듯하다. 예수 발치에는 라자로의 누이 마리아와 마르타가 엎드려 애원하고 있다. 엎드려 있는 모습에서 죽은 오빠 라자로를 살리고자 하는 그녀들의 절박한 심정이 잘 드러난다. 하느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참된 믿음으로, 마르타와 마리아는 예수의 앞에 엎드려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화면 오른쪽에는 온몸이 흰 천으로 동여매진 라자로가 무덤 앞에 나와 있다. 그러나 이 화면의 중심은 역시 예수 그리스도다. 그는 오른손을 들어 무덤에서 나온 라자로를 축복하고 있다. 무덤 앞에 서 있는 라자로는 얼굴만 보이며 마치 미라처럼 흰 천으로 감겨 있다. 그 옆에 붉은색 옷을 입은 사람은 나흘 전에 죽은 사람에게서 나는 썩은 냄새 때문에 옷자락으로 코를 가린 채, 군중에게 오른손으로 라자로를 보도록 가리키고 있다. 운집해 있는 사람들은 죽은 라자로를 몹시 근심스럽게 쳐다보거나 슬퍼하는가 하면, 놀라거나 두려워하는 표정과 행동을 취하고 있다. ■ 살아날 것을 알리는 선지자들 라자로의 소생 장면에서 화면 상단 부분은 구약의 선지자들이 각각 들고 있는 하단 부분의 성경 내용과 연결된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다윗, 호세아, 다윗, 이사야가 들고 있는 두루마리에는 각각 “주님은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시는 분, 저승에 내리기도 올리기도 하신다.”(1사무 2,6), “내가 그들을 저승의 손에서 구해야 하는가?…”(호세 13,14), “주 하느님,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는 찬미받으시리라. 그분 홀로 기적들을 일으키신다.”(시편 72,18), “당신의 죽은 이들이 살아나리이다. 그들의 주검이 일어서리이다. 먼지 속 주민들아, 깨어나 환호하여라….”(이사 26,19)라고 적혀 있다. 이 작품 화면에 적힌 내용은 도상에 담긴 이야기에 관한 것이 아니며, 그 장면에 대한 설명은 더더욱 아니다. 선지자들이 쥐고 있는 짧은 구약성경 내용은 신약성경의 장면인 라자로의 소생에 대해 예언한 것이다. 이 일련의 사건은 이미 구약의 선지자들을 통해 예언됐고, 이를 예수께서는 이루신 것이다. 로사노 복음서의 채색 세밀화를 보면 구약은 신약에 의해 완성된다는 신학적 논의를 반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윤인복 교수rn(아기 예수의 데레사·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