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은퇴 후 배운 수채화로 전시 갖는 인천교구 이찬우 신부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19-10-29 수정일 2019-10-29 발행일 2019-11-03 제 3168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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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재능도 나누고 싶어 수익금은 복지기관에 후원”

이찬우 신부가 10월 24일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내 리부스갤러리에서 자신의 작품들 앞에 서 있다.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 같은 느낌의 유럽 도시 풍경, 분홍·보라 곱디고운 빛깔의 꽃들이 화폭에 가득 담긴 정물화, 친근한 시골 공소의 모습….

이처럼 다양하고 아름다운 수채화 작품 53점이 한데 모인 전시회가 열렸다. 전시회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운 지 고작 1년 반밖에 안 된 이찬우 신부(인천교구 원로사목자)다.

10월 24일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내 리부스갤러리에서 열린 개막행사에서 만난 이 신부는 “언제나 당당하고 씩씩했는데 오늘은 부족한 자리에 초대해서 부끄럽고 여러분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로 인사를 시작했다.

1975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사제품을 받은 이 신부는 1979년 우르바노대학교에서 교회법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인천가톨릭대학교 총장을 역임했다.

이 신부는 8권의 저서와 3권의 편저, 그리고 2권의 번역서를 출간했으며, 2016년 제20회 한국가톨릭학술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제로서, 교수로서, 학자로서 많은 업적을 이룬 그가 수채화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의외로 소박하다. 사목 일선에서 물러난 후 지난해 초, 인천가톨릭대 조형예술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수채화 수업을 받기 시작한 것. 붓을 잡아본 것은 소신학교 시절이 마지막이었지만, 어릴 적에는 그림에 소질이 있었기 때문에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매일 쉬지 않고 2~3시간씩 열심히 그림을 그린 것도 한몫 했다. 이에 그림을 지도한 이향미 선생이 “그냥 두기 아까우니 전시회를 열라”고 강권했다.

그림을 처음 배웠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전시장 입구에는 날짜가 적힌 첫 데생과 습작 노트 등을 함께 전시하기도 했다.

“사실 수채화는 보기보다 어려운 장르입니다. 덧칠이 가능한 유화와는 달리 수채화는 한 번에 그려야 하고, 물 농도를 잘 조절해야 하지요. 하지만 그리기 어려운 대신 산뜻한 느낌을 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도 좋고, 다 그린 다음에는 보기에도 좋죠.”

이번 전시회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작품의 판매 수익금을 복지기관을 위한 후원금으로 기부하는 것이다. 이에 전시회 첫날 거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판매됐다.

“항상 매 순간마다 나의 삶에 최선을 다하자는 모토로 살고 있습니다. 제가 가진 작은 재능으로 나눔의 삶을 실천하고 싶습니다.”

이 신부는 과거에도 18쇄를 찍은 에세이집 「나물할머니의 외눈박이 사랑」의 인세 및 가톨릭학술상 상금 전액을 젊은 사제들에게 장학금 등으로 희사한 바 있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