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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 성월 기획] 다른 나라에도 연도가 있을까?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9-10-29 수정일 2019-10-29 발행일 2019-11-03 제 3168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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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창 나눠 노래하는 ‘위령 성무일도’ 있다
수도회 시간전례 기도서 비롯
시편기도·찬미가 등 구성 비슷
노래 가락은 연도와 전혀 달라

우리 고유의 가락으로 연도(煉禱)를 바치는 풍경은 한국교회에서는 익숙한 풍경이다. 구성진 음색으로 선창자(계)와 후창자(응)가 노래를 주고받으며 바치는 연도는 어쩐지 우리 전통의 민요처럼 들리기도 한다. 연도는 연옥 영혼을 위해 바치는 기도, 즉 위령 기도가 우리나라의 문화와 정서에 맞게 자리 잡은 토착화의 훌륭한 사례로 손꼽힌다. 위령 기도를 노래로 바치는 것은 우리나라뿐일까?

결론부터 살피면 외국에도 노래로 바치는 위령 기도가 있다. 바로 위령 성무일도다. 위령 성무일도는 수도회에서 바쳐오던 시간전례의 기도문이 정립된 기도다. 바오로 5세 교황은 고대의 전통과 당대의 여러 예식서를 비교해 1614년 「로마예식서」를 편찬했는데 이때 장례예식을 비롯해 위령 성무일도의 통일된 양식이 정리됐다.

위령 성무일도는 연도처럼 선창자와 후창자로 나뉘어 노래로 부른다는 점이 닮았다. 또 시편기도와 찬미가, 주님의 기도로 구성된 점도 비슷하다. 특히 시편기도에서는 시편 129편이 공통으로 포함된다.

반면 연도는 시간과 관계없이 한 번에 모두 바치는 것에 비해, 위령 성무일도는 시간에 따라 독서기도, 아침기도, 낮기도, 저녁기도로 나눠 바친다. 또 연도와 위령 성무일도는 노래 가락도 전혀 다르고, 연도에는 위령 성무일도에는 없는 ‘성인호칭기도’가 포함돼 있다.

연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런 닮은꼴을 이해하기 쉽다. 연도는 우리나라 고유의 독창성이 돋보이는 기도이다. 동시에 보편교회가 제시하는 표준 전례 안에서 전례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기도 하다.

연도를 한글로 기록하고 있는 「천주성교예규」는 「로마예식서」와 중국의 「성교예규(聖敎禮規)」를 참고하고 있다. 중국의 「성교예규」 역시 그 내용 상 「로마예식서」를 토대로 중국의 상황에 맞춰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윤종식 신부는 “외국에도 위령 성무일도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처럼 우리 특유의 운율로 길게 바치는 기도는 아니”라면서 “서양은 묘소가 성당 가까이 있지만, 우리는 묘소가 먼 만큼, 연도처럼 더 정성스럽게 기도하는 것이 활성화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