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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 성월 기획] 교회 장례식장 제도적 장치 보완 필요하다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9-10-29 수정일 2019-10-29 발행일 2019-11-03 제 3168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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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화 기여하지만… 바뀐 법령에 ‘골머리’
어려운 신자에 저렴하게 제공
가톨릭 장례의식에 감동한 가족·친인척 선교 효과도
최근 개정 법령 준하는 기준
단시일에 지키기 쉽지 않지만 사목·선교 장점 계속 살려야

한국교회 각 교구 내 본당에서 운영하는 장례식장이 사목적·선교적으로 뚜렷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본당 장례식장을 안정적·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본당 운영 장례식장은 대체적으로 가톨릭적 장례 전례를 실현하기 위해 관례에 따라 혹은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것이 특징이다. 영안실과 염습실, 조문 공간 등을 갖춘 본당 운영 장례식장의 분포는 서울대교구의 경우 한 개 지구에 대략 1개 본당, 제주교구는 교구 내 28개 본당 대부분에 설치돼 있는 등 교구마다 편차가 있다.

수십 년 동안 본당 신자들을 대상으로 장례식장을 운영하고 있는 수도권 본당 사목자는 “성당에서 치르는 장례식은 성당 결혼식과 더불어 냉담교우, 비신자나 타 종교 신자들이 가장 많이 성당을 찾는 자리가 된다는 것부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본래 성당에 잘 나오던 신자도 먼저 세상을 떠난 자기 가족의 장례를 치르면서 그동안의 신앙을 돌아보고 열심한 신앙인이 되는 사례가 많다”며 “냉담교우가 회두하거나 비신자가 가톨릭 장례 의식에 마음이 동화돼 입교하는 등 본당 장례식장이 갖는 사목적·선교적 효과는 엄청난 정도”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본당 장례식장이 사회 장례식장에 비해 비용을 적게 받기 때문에 형편이 어려운 신자들을 돕는 자선 실천의 의미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오류동본당 연령회 오재철(야고보) 회장 역시 “본당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게 되면 장례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한 순간도 연도가 끊이지 않는 모습에서 유가족과 조문객들은 감동을 받는다”며 “연도뿐만 아니라 모든 장례 의식이 가톨릭적 전통에 충실하게 이뤄진다는 것은 본당 장례식장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본당 운영 장례식장은 과거에 비해 시설을 지속,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장 큰 원인은 장례식장 운영 방식을 규정하는 법령 조항이 최근 몇 년 사이 개정, 신설되면서 요구 조건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면 장례식장을 설치·운영하려는 경우 장례식장 소재지를 관할하는 시장 등에게 신고해야 한다. 신고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같다.(제29조 1항, 2015년 1월 28일 개정) 신고 또는 변경신고를 받은 시장 등은 그 내용을 검토해 이 ‘법에 적합하면’ 수리해야 한다.(제29조 2항, 2019년 4월 23일 신설) 또한 장례식장 영업자와 그 종사자 등은 장례 관련 법규, 보건 위생 등에 관한 교육을 받을 의무 규정도 있다.(제29조 7항, 2015년 1월 28일 신설) 아울러 동법 시행령 제26조의4 1항(2016년 8월 29일 개정)에는 장례식장에 갖춰야 하는 시설·설비 및 안전기준이 제시돼 있다.

이와 관련해 수도권 본당 사목자는 “본당에서도 법령상의 규정들을 검토하고 관할 관청에 신고 절차를 알아봤지만 단시일에 이행하기는 쉽지 않다”며 “본당 장례식장이 갖는 사목적·선교적 장점을 계속 살려야 한다는 점은 명확하고, 제도적 장치를 어떻게 겸비해 나갈 것인지는 길게 내다보면서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오재철 회장은 “요즘 신자들은 시설이 잘 구비된 병원 장례식장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아, 본당 장례식장이 앞으로도 기능하려면 법령이 요구하는 조건을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