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성가의 기쁨] 박경자·김충희 수녀

신동헌 기자
입력일 2019-10-22 수정일 2019-10-23 발행일 2019-10-27 제 3167호 18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성녀 데레사 기도문에 곡 붙여”

‘아무것도 너를’의 번역가 박경자 수녀(오른쪽)와 작곡가 김충희 수녀(왼쪽).

■ 아무것도 너를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

‘하느님이면 족하다’는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의 기도문으로 만든 성가 ‘아무것도 너를’은 1992년에 만들어졌다. 성가의 가사를 번역한 박경자 수녀(암브로시아·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는 독일 파견 당시 성녀의 기도문을 접하고 단숨에 매료됐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기도라는 생각에서였다.

“독일의 한 본당으로 파견됐을 때였어요. 너무 힘든 시기를 견뎌내야만 했습니다. 성소가 흔들릴 만큼 어려운 시기였죠. 그때 데레사 성녀의 전기에서 이 기도문을 보게 됐습니다. 보는 순간 제 마음 깊이 크게 울렸습니다. 당시 저에게 꼭 필요한 기도였죠. 그래서 책상이고 침대고 눈이 닿는 모든 곳에 기도문을 붙였어요. 그때의 체험을 잊을 수 없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박 수녀는 김충희 수녀(호세아·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에게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의 기도문에 곡을 붙여달라고 부탁했다.

“박 수녀님께서 ‘작곡 좀 해봐’ 하면서 번역하신 기도문을 주셨어요. 그 기도문을 읽고 너무 좋았습니다. 선율을 만들기 위해서 고민하지 않았어요. 그저 하느님께서 불러주시는 것을 받아 적었을 뿐입니다.”

이렇게 ‘아무것도 너를’이 만들어졌다. 음반으로 발표할 계획은 없었다. 함께 생활하는 수녀들이 좋아하는 것만으로 좋았다. 아무런 계획도 없었고 욕심도 없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너를’은 수녀원 담장을 넘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우리 수녀님들이 부르시는 것만 봐도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수도회 수녀님들도 이 곡을 좋아해 주셨어요. 그러다 다른 수도회에서 음반으로 발표됐고 또 찬양사도들이 부르면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성가가 됐죠. 저희가 한 일은 없습니다. 그저 기도하고 번역하고 곡을 썼을 뿐입니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이뤄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다 보니 가사에 관한 의견을 자주 듣곤 한다는 김 수녀는 아쉬움은 있지만 의미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고 강조했다.

“부족한 성가지만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하느님의 계획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알려지진 않았지만 ‘아무것도 너를’의 2절 가사가 있다. 김 수녀가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 탄생 500주년을 기념하면서 성녀의 기도문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마음이 흔들리고 혼란스러울 때 제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것을 두려워하는지 돌아보게 되면 하느님께 다시 돌아올 수 있었어요. 아무것에도 제 마음이 흔들리지 말아야 할 이유를 알려주는 내용이 데레사 성녀의 기도문에 나오고 그 부분을 꼭 성가에 추가하고 싶었습니다.”

신동헌 기자 david050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