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우리 이웃 이야기] 15년째 ‘연주 봉사’하는 김정석씨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19-10-22 수정일 2019-10-22 발행일 2019-10-27 제 3167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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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다리 불편해도 연주할 수 있어 감사”
2살 때 소아마비로 장애 입어
독학으로 기타 등 악기 익혀
2004년부터 복지관 등서 공연

김정석씨는 “악기연주라는 재능을 장애인들과 나누고 즐길 수 있는 지금의 삶이 참 행복하다”고 말한다.

수원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는 2주에 한 번 특별한 공연이 열린다. 공연장에 가기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 마련한 ‘문화가 있는 놀이터’는 봉사자들의 다양한 공연을 통해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김정석(미카엘·63·제1대리구 권선동본당)씨는 문화가 있는 놀이터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연주자다. 하모니카부터 시작해 오카리나, 기타, 드럼, 색소폰 등 다양한 악기를 다루는 덕에 관객들의 호응이 좋다. 두 살 때 소아마비를 앓은 김씨는 두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다. 다리가 불편한 탓에 할 수 없는 게 많지만, 그는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래서 찾은 것이 악기다.

“걸음마를 떼기도 전에 소아마비를 앓아서 한 번도 두 발로 걸은 적이 없어요. 힘들 때도 많았지만 안 되는 것을 붙잡고 고민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일찍이 깨달았죠. 그때 생긴 생활신조가 ‘내가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무시하자’였습니다.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했고, 앉아서도 할 수 있는 악기에 빠지게 됐습니다.”

김씨는 기타, 하모니카, 오카리나, 크로마하프, 봉고, 드럼 등 색소폰을 제외하고는 모두 독학으로 연주법을 익혔다. 그리고 2004년부터 요양병원, 노인복지센터, 장애인 복지관 등 수많은 시설에서 연주 봉사를 꾸준히 하고 있다. 그 결과 뜻깊은 결실도 맺었다. 2014년과 2019년에 각각 교구와 수원시에서 모범회원패와 모범상을 받았다.

“할 수 있는 게 악기연주였기 때문에 연주 봉사를 열심히 했을 뿐입니다. 몸이 불편한데도 불구하고 제 연주에 열심히 호응하고 박수를 보내주시는 관객들 덕분에 15년째 악기를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씨는 장애를 가졌음에도 봉사할 수 있다는 게 항상 감사하다. 그래서 공연 전, 후에 늘 같은 기도를 드린다.

“한번은 공연이 끝난 뒤 한 장애인 관객이 ‘우리와 같은 장애인이 어디 가서 이런 공연을 보겠냐’며 내 공연 덕분에 행복했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가셨습니다.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할 수 있음에 감사했고 ‘음악을 할 수 있도록 은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기도를 공연이 끝난 뒤 매번 드리고 있습니다.”

김씨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구절은 ‘모든 일에 감사하여라. 그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너희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이다’(테살 5,18)다.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는 것. 그것이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김정석씨만의 방법이다.

“갖지 못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을 즐기는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악기연주라는 재능을 장애인들과 나누고 즐길 수 있는 지금의 삶이 참 행복합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