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직할 제4284부대 국방 사이버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윤철민(실바노·45·군종교구 공군 칠성대본당) 군무원은 최근 1년여 사이에 인생에 있어서 큰 시련과 변화를 겪었다.
윤철민 군무원은 2000년 2월 공군 장교로 임관해 정보통신 병과에서 올해 7월까지 19년 6개월간 복무하고 전역했다. 전역 후 9월 1일부로 국방부 군무원(4급)으로 임용됐다. 현역 장교에서 예비역으로, 다시 군무원으로 신분이 바뀌는 과정은 고뇌와 잠깐의 절망을 거쳐 희망을 다시 찾고 궁극적으로 신앙을 더욱 굳건히 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에게는 지금까지 살아온 45년의 세월을 뒤돌아보는 시기이기도 했다. 윤 군무원 자신과 가족 모두에게 커다란 변화 속에서도 변치 않은 것은 오직 신앙이었다.
직업 군인 특히 장교는 진급에 울고 진급에 웃는다. 진급 발표를 앞두고 느끼는 초조감과 심리적 압박은 대입 합격자 발표를 앞둔 수험생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래서 군대에서 생겨난 말이 ‘초조주’다. 진급 발표일이 다가올 때 초조한 마음을 달래려 마시는 술이라는 뜻이다. 진급 대상자와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선후배 군인들, 같은 군본당에서 신앙생활하는 신자 군인들이 모여 초조주를 마시곤 한다. 진급 발표가 끝나면 진급에 성공한 장교와는 축하주를, 실패한 장교와는 위로주를 마시는 전통이 있다.
윤 군무원은 지난해가 중령에 진급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장교들은 계급별로 정년이 있어 정년 전에 진급하지 못하면 군복을 벗어야 한다. 마지막 진급 심사를 앞둔 시기, 윤 군무원과 아내는 평소처럼 열심히 묵주기도도 하고 주일미사는 물론 평일에도 거의 매일 미사에 참례하고 본당 봉사활동도 더 열심히 하며 진급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초등학생 자녀와 봉양하고 있는 부모님을 걱정하며 간절히 기도했지만 진급에 실패했을 때, 제 자신이 정말 부족하다고 여겨져 좌절했습니다. 또 ‘하느님이 나와 가족의 기도를 정말 들어 주시지 않는구나’ 싶어 실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