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생각해 볼 것들 / 박천조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19-10-15 수정일 2019-10-16 발행일 2019-10-20 제 3166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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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은 북쪽의 5대 명절 중 하나인 ‘당 창건일’입니다. 국가적 명절에 당 창건일이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생소합니다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북쪽 사회에서 ‘당’이 차지하는 위치가 우리와는 크게 다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평소 북쪽은 ‘당 창건일’을 전후해 대규모 군사훈련으로 국제사회에 불만을 표출하기도 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도 했습니다. 국제사회는 북쪽의 이러한 군사훈련을 ‘도발’로 간주하고 강한 경고도 했었죠. 그런데 2018년에는 이러한 군사훈련이 사실상 없었습니다. 대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가 많았었죠.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변화 속에서 군사적 대결 모습보다는 경제발전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던 것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와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북쪽은 벌써 11번의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습니다. 북미 간 신경전이 길어질 것이라는 생각에서인지 국제사회의 우려를 넘지 않는 선에서 군사훈련을 지속했던 것입니다. 이 와중에 7개월 만에 진행된 10월 5일 북미 실무협상도 결렬됐습니다.

이 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바로 2020년이 북쪽 사회에서 갖는 의미입니다. 첫째, 2020년은 당 창건 ‘7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북쪽에서는 소위 ‘꺾어지는 해’라고 해서 10년 또는 5년 단위의 해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꺾어지는 해’를 앞두고 여러 분야에서 결과물을 내와야 하는 시기입니다. 둘째, 2020년은 2016년부터 시작된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마지막 해입니다. 로동신문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서는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성공적 수행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국산품 애용 등을 통해 내부의 자긍심을 높이고 있습니다만 획기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못한다면 ‘경제발전’에 대한 기대감은 서서히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대내외적 결과물이 북쪽으로서도 중요하게 다가오는 시점인 것입니다.

이런 점 때문에 저는 지난 10월 5일 북미 실무협상 결렬을 대화의 종결로 보지 않습니다. 비록 북쪽이 “역겨운 회담”이라는 표현을 쓰며 비난을 했지만 협상 후 30분 내 준비된 성명서를 읽었다는 점에서 미리 준비된 행동이었음을,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제거하는 모든 제도적 장치를 제거하는 조치를 실천적으로 증명해야”라고 한 점에서 북쪽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 있었거나 앞으로 있을 말과 행동, 향후 일정 등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면 현재의 남북관계나 북미관계가 꼭 답답한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마르 6,50)고 하신 예수님 말씀을 따라 일희일비하지 않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