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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 최인각 신부

최인각 신부rn(안법고등학교 교장)
입력일 2019-10-15 수정일 2019-10-15 발행일 2019-10-20 제 3166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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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이 말은 학생들과 제주도로 ‘주제별 학습체험’(수학여행)을 가서 한 혼잣말입니다. 해외냐 국내냐 뜨거운 논의를 거쳐 1년 동안 준비했던 제주도 수학여행!

제주도에 몇 차례 다녀왔지만, 그때마다 좋지 않은 날씨로 한라산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어쩌다 떠 있는 비단결 같은 구름은 파란 하늘을 어여쁘게 수놓은 듯 장관이었고, 섬 한가운데 우뚝 솟은 한라산은 명품 중 명품이었습니다. 한라산을 따라 부드럽게 펼쳐지는 푸르른 산자락. 그 자락을 따라 아름다움을 뽐내며 누워있던 녹음은 자아도취에 빠져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듯했습니다. 바라보는 학생들이 서정시인이며 풍경화 작가, 사진작가처럼 보였습니다.

한라산과 바닷가 사이, 중간 중간에서 진행되는 이런저런 프로그램에 까르르 웃어가며 참여하는 학생들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학생들과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서 멋진 사진도 찍었습니다. 산을 오르면서 접한 아름다움은 대단했습니다. 다양한 나무와 풀과 꽃들, 오가는 사람들의 대화와 사람 내음과 푸르름은 그 자체가 거산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대화를 나누며 걸었으나, 정상에 이르면 이를수록 대화는 줄어들고, 겸손의 침묵 시간을 이어갔습니다. 정상에 올라서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우와!”하며 거침없는 외침을 쏟아냈습니다. 저는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못 오르고 못 볼 것만 같았던 한라산 정상에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백록담과 친구가 되어 사진을 찍고, 정상에서 호탕하게 웃는 시간은 행복 자체였습니다.

제주도 자연만큼 아름다운 것은 선생님들의 모습이었습니다. 학생들의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공휴일도 반납하고,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채워주기 위해 뛰어다니는 모습이 그랬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의 아프고 상한 몸과 마음, 감정까지 친절하게 돌봐 주고 다독이는 모습.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락을 주고받느라 밥 먹고 쉴 시간까지 내어주는 모습. 한편으로 ‘선생님들에게는 중노동’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 모습이 교장인 저에게는 엄청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완전한 희생이며 사랑의 교육을 생생히 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학생들은 어디를 가나 칭찬을 들었습니다. 버스 기사들도 “학생들이 차를 깨끗이 사용한다. 이야기나 태도가 공손하다”라고 말했고, 숙소와 프로그램 진행 안전요원들도 “이처럼 말 잘 듣는 학생은 없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라며 칭찬 일색이었습니다.

또한, 학생들은 숙소가 마음에 든다며 좋아했습니다. 좋은 전망에 새 건물, 3인 1실에 개인 침대 사용으로 편안한 잠자리, 맛있는 음식들까지 이번 수학여행은 ‘역대급’이라고 하였습니다.

제주도 사람들이 이런 아름다운 날씨 만나기 쉽지 않다며, “그동안 덕을 많이 쌓았나 봅니다”하고 웃으며 인사해주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는 우리 선생님들이 공휴일도 반납하면서까지 덕을 많이 쌓은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들이 마냥 고맙게 다가왔습니다.

최인각 신부rn(안법고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