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 벌린 예수님처럼 사랑으로 노숙인 맞이합니다” 땅도 돈도 없던 열악한 상황서 자활시설·쉼터 갖춘 새 집 마련 많은 이들 도움으로 이룬 기적
“인간에게 밥 이상으로 필요한 것은 사랑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따듯하게, 친절하게 봉사하세요.”
성남 중원구 마지로 28번지의 노숙인 무료 급식소 ‘안나의 집’(대표 김하종 신부). 지난 10월 4일, 오후 4시 급식 시간이 되자 건물 지하 1층 식당에서는 본격적인 배식에 앞서 앞치마 차림의 김하종 신부(오블라띠선교수도회)가 봉사자들에게 ‘사랑으로 봉사할 것’을 부탁했다. 이어서 김 신부는 입구 쪽으로 가서 식당에 들어서는 이들에게 “사랑합니다”라고 인사한 후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하이파이브’로 손바닥을 맞댔다. 건물 입구 왼쪽에서 경사로로 지하 식당과 바로 연결되는 식당 입구 공간은 2018년 9월 1일 안나의 집이 이곳으로 신축 이전한 후 김 신부가 마음 편해하는 장소 중 하나다. 천장이 있어 노숙인들이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궂은 날씨에도 불편하지 않게 배식을 기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주변의 민원도 많이 줄어들었다. 이곳에는 그림과 화분이 설치돼 있다. 한 끼 밥을 먹기 위해 왔을지언정 존중받아야 할 사람에 대한 예의와 배려 차원에서다. 식당도 한 번에 120명이 이용할 수 있는 규모지만, 식탁을 한 줄 줄여서 92명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좀 더 쾌적한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다. 김 신부는 배식이 시작되기 전 식당 안에 음악을 틀었다. 흥겨운 트로트와 가요 선율이 홀을 채웠다. 김 신부 모습에서 2층 기도실의 손이 없는 예수님 십자가 밑에 걸린 구절이 겹쳐졌다. “봉사자는 예수님의 손입니다. 살아계신 예수님은 봉사자의 손을 통해서 움직이십니다.”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