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폴란드인들의 신앙 / 김현정 기자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19-09-30 수정일 2019-10-01 발행일 2019-10-06 제 3164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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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교회의 기자단 동행 취재를 통해 폴란드, 오스트리아, 체코 3개국의 가톨릭 문화유산을 돌아보고 왔다.

외국을 나가 보면 같은 가톨릭 신앙을 가졌음에도 각 나라마다 신앙을 표현하는 방식이나 모습이 약간씩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제대 앞을 지나거나 성상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목례를 많이 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대표적인 가톨릭 국가인 폴란드에서는 유독 눈길을 끄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미사 중에도 앉을 자리가 없으면 맨바닥에 무릎을 꿇고 미사를 봉헌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심지어 차가운 바닥에 온몸을 대고 엎드려 한참 기도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쳉스토호바의 검은 성모화 주변 바닥은 오랜 시간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이 무릎걸음으로 걸은 탓에 단단한 대리석이 휘어져 있었고, 파우스티나 성녀의 유해(작은 뼛조각)가 든 유리관에는 많은 이들이 입을 맞추고 쓰다듬으며 기도를 했다.

폴란드 신자들의 표현방식에서는 단순한 문화적 차이로 치부할 수 없는 간절함과 절실함이 느껴졌다.

역사를 보더라도 폴란드인들에게 있어 신앙은 현실의 어려움을 견딜 수 있게 해 준 힘이자 미래에 대한 희망이었고, 상처를 달래 준 위로이자 짓밟힌 자존감을 다시 세워 준 치유였다.

히브리서 11장 1절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의 보증이며 보이지 않는 실체들의 확증입니다”라는 말씀과 같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성되고 신실한 믿음의 모습으로 온전히 몸과 마음을 다해 주님을 섬기는 삶, 이것이 동서고금을 초월한 가톨릭 신자들의 신앙의 자세가 돼야 할 것이다.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