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이민의 날에 만난 사람] 이란 출신 난민 김민혁군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19-09-24 수정일 2019-09-25 발행일 2019-09-29 제 3163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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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도 사람,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선 안돼”
몇차례 신청 끝에 난민 지위 인정받아
가톨릭 신자로 개종해 본국 가면 극형
편견 깨뜨리고 싶어 모델·배우 꿈꿔

이란 출신 난민 김민혁군은 “모든 인간은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며 “난민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인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한다.

“난민도 사람입니다.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인권은 보장돼야 합니다.”

제105차 이민의 날을 맞아 만난, 이란 출신 난민 김민혁(안토니오·고1·서울 송파공업고)군의 외침이다.

2010년 7살에 아버지를 따라 한국으로 온 김군은 지난해 7월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기적이었다. 2016년 난민 지위를 신청했을 때 거절당했고, 이의 신청에서도 거부당했다. 행정소송으로 넘어가 1심에서는 승소했지만, 2심에서 패소,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재신청을 통해 결국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김군의 중학교 담임 오현록 교사와 친구들의 청원 운동, 거리 시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의 도움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군은 “피가 섞인 가족은 아버지밖에 없지만, 연대로 이어진 가족들이 있다”며 “선생님이나 친구를 넘어 이들은 진짜 내 가족이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하지만 김군의 아버지는 현재 ‘인도적 체류자’로 분류돼 있다. 인도적 체류자는 1년마다 체류자격 심사를 통해 ‘기타(G-1)비자’를 연장해야 하고, 난민 인정자와 달리 생계비와 의료비 등 각종 사회보장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또한 일용직 현장, 서비스직, 공무원 등 취업이 제한된다.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김군은 “아버지와 나는 모두 같은 상황인데 혼자 난민으로 인정받은 것이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다”며 “미성년자 양육을 이유로 인도적 체류를 인정받은 아버지는 3년 뒤 내가 성인이 되면 이란으로 추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천주교로 개종했기 때문에 이란에 가면 사형당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슬람 국가인 이란에서는 개종하면 배교죄로 극형에 처해진다.

어린 나이에 한국으로 온 김군은 처음에 친구 따라 개신교회를 다녔다. 계속 다니다 보니 믿음이 생겼고 매주 스스로 교회를 찾았다. 그러던 중 가톨릭 신자인 지인의 인도로 8개월간 교리교육을 받은 후 2017년 아버지와 함께 세례성사를 받고 3개월 후 견진성사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오해도 있었다. 법원에 세례 증명서를 냈을 때, 왜 이제 와서 개종 사실을 알리느냐는 것이었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종교를 이용한다는 해석이었다. 김군은 “세례를 내가 받고 싶다고 마음대로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며 “8개월간 교리교육을 받았고, 시기가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김군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성당에 다녔지만, 아버지는 세례를 받으면 이란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김군의 아버지는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이슬람의 보수적인 모습을 인식하고 김군의 종교 활동을 인정했고, 자신도 함께 세례를 받았다. 결국 개종을 이유로 본국인 이란으로부터 버림받았다. 한국에서도 난민이라는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

김군은 이런 편견을 깨뜨리고 싶어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직업인 모델이나 영화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난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편견이 애정 어린 관심으로 바뀔 수 있도록 숨지 않고 계속 부딪칠 것입니다.” 또한 현재 학교에서 인권부 차장을 맡고 있는 김군은 학생들의 인권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약하고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당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존중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