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기후재난은 이미 시작됐다

입력일 2019-09-24 수정일 2019-09-24 발행일 2019-09-29 제 3163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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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라는 집에 불이 난 것과 같은 상황이다.” 9월 21일 서울 대학로에서 거행된 ‘가톨릭 기후행동’ 미사 중 서울대교구 유경촌 주교가 한 말은 그저 웃자고 꺼낸 농담이 아니다. 전 인류가 맞이하게 될지 모르는 재앙에 대한 진중한 경고다.

지난 2015년 국제사회는 지구의 기온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2도로 제한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유엔이 9월 22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파리기후협정에 서명한 모든 나라들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지킨다고 해도 여전히 지구의 기온은 오를 전망이다.

기후변화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요하고 또 시급한 문제다. 이 같은 위기상황에도 한국사회는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성장과 이윤의 논리에 갇혀, 기업은 온실가스를 내뿜고 정부는 방관한다. 언론은 개개인의 생활실천 정도로 기후문제는 해결될 것처럼 호도한다. 재앙이 닥치면 피할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다. 빙하가 녹아 마을로 내려와 식량을 찾는 북극곰 이야기를 그저 웃어 넘겨선 안 된다. 생태계 붕괴와 식량위기, 기후재난은 이미 시작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기후변화는 세계적 차원의 문제”라며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중요한 도전 과제”(25항)라고 강조한다. 교황은 “서둘러 정책을 개발하여 앞으로 몇 년 안에, 예를 들어, 화석 연료를 대체하여 재생 가능 에너지 자원을 개발하고, 이산화탄소와 심각한 오염을 유발하는 여러 기체들의 배출을 과감하게 감소시켜야 한다”(26항)고 밝힌다. 기후위기, 더 늦기 전에 행동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