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이하 권고)는 제2장에서 ‘영원한 젊음이신 예수님’을 주제로 젊은 예수님의 모습과 교회의 젊음을 얘기한다. 즉 젊음의 완전한 본보기로서 영원한 젊음이신 예수님을 소개하고, 교회도 쇄신하고 시대 징표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젊음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호에서는 오늘날 힘겹게 살아가는 젊은이의 현실을 편지 형태로 들여다 보고, 이에 대한 정순택 주교(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장)의 답변을 통해 권고 내용을 상기시켜 본다.(정순택 주교의 답변은 권고 제2장 내용에 대해 본지와 인터뷰한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
■ 1991년생 노엘라씨의 편지
신앙 안에서 위로 받지만 현실로 나오면 취업 압박에 불안 교회와 사회, 어디에도 온전히 못 속해 안녕하세요, 주교님. 저는 서울에 사는 1991년생 스물아홉 살 여성입니다.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이렇게 편지로나마 제 마음을 털어놓습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종교기관에서 1년 정도 직장 생활을 했습니다. 당시 제가 추구했던 생활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Work-life balance)이었고, 그 직장은 꽤 만족스러운 곳이었습니다. 평일에는 오후 6시에 정확히 퇴근했습니다. 종교기관이다 보니 주말에 출근해야 했지만, 그 다음 평일에 대체 휴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저녁 시간이 보장됐기 때문에 저는 평소 관심 있었던 포토샵과 일러스트 수업도 듣고 스피치 수업, 영어회화 수업도 들었습니다. 소위 ‘생산적 활동’에 제 시간을 썼습니다. 사실 급여는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이었지만, 정시 퇴근이 보장된 곳이라 대체로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개인 사정이 생겨서 그만두게 됐고, 얼마 후 패션브랜드의 홍보를 진행하는 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게 됐습니다. 업계 특성상 야근이 잦다는 것은 알았지만, 막상 야근이 생활화되니 제 삶의 질은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기본 2~3시간씩 이어지는 수당 없는 연장근로는 사무실 모든 직원들을 날카롭고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사무실 분위기는 언제나 삭막했고 야근에 지친 몸은 다른 여유를 찾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가장 손쉽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인 폭식과 폭음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술자리가 주는 기쁨은 아주 잠깐이었고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마침 수습기간이 끝나고 정직원 계약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서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여러 조건을 고려했을 때, 사회초년생으로서 적어도 2~3년 동안 버틸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주변에서 하는 말은 직장을 다니면서 이직할 곳을 알아보고, 이직이 확정되면 회사를 그만두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매일 의미 없는 야근을 하면서 이렇다 할 구직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아 수습기간을 끝내고 퇴사했습니다. 그렇게 퇴사하고 지금 7개월 째 구직자로 지내는 중입니다. 예상보다 구직활동이 길어지면서 뚜렷한 고정 수입 없이 살아가는 현실이 힘듭니다. 부모님께도 죄송하고요. 자연스럽게 그동안 소홀했던 성당에 나가고 있습니다. 유아세례를 받았기 때문에 성당에 들어서면 고향에 온 것 같은 포근함을 느낍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보고 있자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그 순간은 예수님 품 안에 있는 것 같은 위로를 받습니다. 하지만 성당을 나서면, 다시금 밀려오는 압박감과 불안함에 사회에서 살아갈 용기가 선뜻 나지 않습니다. 제가 신앙심이 부족해서일까요? 교회와 사회 어느 곳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고 있는 제가 초라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젊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하면 더 성숙한 삶과 깊은 신앙을 간직할 수 있을까요?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