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3. 제2장 영원한 젊음이신 예수님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19-09-17 수정일 2019-09-17 발행일 2019-09-22 제 3162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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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이하 권고)는 제2장에서 ‘영원한 젊음이신 예수님’을 주제로 젊은 예수님의 모습과 교회의 젊음을 얘기한다. 즉 젊음의 완전한 본보기로서 영원한 젊음이신 예수님을 소개하고, 교회도 쇄신하고 시대 징표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젊음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호에서는 오늘날 힘겹게 살아가는 젊은이의 현실을 편지 형태로 들여다 보고, 이에 대한 정순택 주교(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장)의 답변을 통해 권고 내용을 상기시켜 본다.(정순택 주교의 답변은 권고 제2장 내용에 대해 본지와 인터뷰한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

■ 1991년생 노엘라씨의 편지

신앙 안에서 위로 받지만

현실로 나오면 취업 압박에 불안

교회와 사회, 어디에도 온전히 못 속해

안녕하세요, 주교님. 저는 서울에 사는 1991년생 스물아홉 살 여성입니다.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이렇게 편지로나마 제 마음을 털어놓습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종교기관에서 1년 정도 직장 생활을 했습니다. 당시 제가 추구했던 생활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Work-life balance)이었고, 그 직장은 꽤 만족스러운 곳이었습니다. 평일에는 오후 6시에 정확히 퇴근했습니다. 종교기관이다 보니 주말에 출근해야 했지만, 그 다음 평일에 대체 휴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저녁 시간이 보장됐기 때문에 저는 평소 관심 있었던 포토샵과 일러스트 수업도 듣고 스피치 수업, 영어회화 수업도 들었습니다. 소위 ‘생산적 활동’에 제 시간을 썼습니다. 사실 급여는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이었지만, 정시 퇴근이 보장된 곳이라 대체로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개인 사정이 생겨서 그만두게 됐고, 얼마 후 패션브랜드의 홍보를 진행하는 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게 됐습니다. 업계 특성상 야근이 잦다는 것은 알았지만, 막상 야근이 생활화되니 제 삶의 질은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기본 2~3시간씩 이어지는 수당 없는 연장근로는 사무실 모든 직원들을 날카롭고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사무실 분위기는 언제나 삭막했고 야근에 지친 몸은 다른 여유를 찾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가장 손쉽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인 폭식과 폭음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술자리가 주는 기쁨은 아주 잠깐이었고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마침 수습기간이 끝나고 정직원 계약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서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여러 조건을 고려했을 때, 사회초년생으로서 적어도 2~3년 동안 버틸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주변에서 하는 말은 직장을 다니면서 이직할 곳을 알아보고, 이직이 확정되면 회사를 그만두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매일 의미 없는 야근을 하면서 이렇다 할 구직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아 수습기간을 끝내고 퇴사했습니다.

그렇게 퇴사하고 지금 7개월 째 구직자로 지내는 중입니다. 예상보다 구직활동이 길어지면서 뚜렷한 고정 수입 없이 살아가는 현실이 힘듭니다. 부모님께도 죄송하고요.

자연스럽게 그동안 소홀했던 성당에 나가고 있습니다. 유아세례를 받았기 때문에 성당에 들어서면 고향에 온 것 같은 포근함을 느낍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보고 있자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그 순간은 예수님 품 안에 있는 것 같은 위로를 받습니다. 하지만 성당을 나서면, 다시금 밀려오는 압박감과 불안함에 사회에서 살아갈 용기가 선뜻 나지 않습니다. 제가 신앙심이 부족해서일까요? 교회와 사회 어느 곳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고 있는 제가 초라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젊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하면 더 성숙한 삶과 깊은 신앙을 간직할 수 있을까요?

■ 정순택 주교가 노엘라 자매에게

예수님의 젊은 마음은

아버지께 대한 믿음

햔현실의 벽에 부닥칠 때

늘 함께 하시는

예수님 기억하길

노엘라 자매님, 편지 잘 받았습니다. 먼저, 그동안 힘들게 마음고생 한 것에 대한 위로를 건넵니다. 자매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오늘날 젊은이들은 현실의 높은 벽에 막혀 아픔을 안고 살아갑니다. 작은 일상에서부터 미래의 불안정성까지 늘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존재들이죠.

하지만 젊다는 사실 자체가 하느님의 큰 선물이기에 용기를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같은 상황에 직면해 있지는 않지만, 맞닥뜨리는 도전들은 삶을 더 무르익게 하고 성장시킵니다. 그리고 자매님이 지금 구직활동을 하며 문제를 인식했다면, 결국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도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그 순간 하느님께서 함께하신다는 사실 역시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제가 지금 말씀 드리는 것은 사회생활을 위한 팁이 아니라 자매님 인생 자체를 위한 조언입니다.

인생의 나침반으로 예수님의 젊음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볼 때 십자가에 달리시고 부활하신 모습들을 중심에 둡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하지만 완전한 인간이 되신 예수님께서는 자매님과 같은 젊은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몸소 젊은이들과 함께 나누시는 당신의 젊음에서 출발하십니다. 참으로 사람들 한가운데 계셨던 예수님에게서 젊은 마음의 전형적인 여러 측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젊은 마음은 무엇을 뜻할까요? 바로 아버지에 대한 아무 조건 없는 충실한 믿음입니다. 그 충실한 믿음 안에 그분께서는 가장 약한 이들, 특히 가난한 이들과 병자들, 죄인들과 배척받는 이들에게 깊은 연민을 보이셨고, 당신 시대의 종교와 정치 권위들에 용감히 대항하셨습니다. 이렇듯 모든 젊은이는 예수님 안에서 자기 자신을 볼 수 있습니다.(권고 31항)

또한 예수님이 젊다는 것은 교회가 젊다는 것을 뜻합니다. 젊음은 나이라기보다 마음의 상태입니다.(권고 34항) 2000년의 나이를 뛰어넘어 교회는 풍요로운 문화와 전통을 전해 줍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성령이며, 성령은 교회를 세상의 빛으로 존재할 수 있게끔 이끌어 줍니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젊은이들은 교회를 등지고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교회가 젊음을 잃어가고 있다는 표징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젊음을 되찾기 위해 쇄신해야 합니다. 자매님과 같은 어려움에 처한 젊은이들이 교회에서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쇄신하고 시대 징표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교회가 젊음으로 나아가는 길이겠죠. 그러기 위해 저희 같은 사목자들이 먼저 권위를 내려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사제가 여러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가르치는 입장에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신자들이 고등교육을 받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직이 존재하기 때문에 예수님을 닮은 모습으로 들어주고 공감하는 역할이 이 시대 사목자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권고 41항) 젊은이들이 주체적으로 표현하고 문제를 스스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경청하고 동반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죠. 이것을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공동합의성)라고 합니다. 즉 함께 걷는 길을 뜻합니다.

자매님의 힘든 상황을 제가 대신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영원한 젊음이신 예수님께서 늘 함께하신다는 사실과 교회 역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하느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아간다면, 자매님이 직면한 현실의 문제를 넘어 존재자체로서 찬란한 꽃을 피우리라 확신합니다. 노엘라 자매님 삶에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하시기를 진심으로 기도드립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